2022526일 목요일. 맑음


서울집 마당 서쪽 코너에 30년 넘는 단풍나무가 있다 너무 커서 2~3년마다 둥치만 남기고 가지들을 싹 자르는데도 힘도 좋아 또 먼저만큼 후딱 커버린다. 그 밑에는 버섯종균을 심은 참나무 둥치들이 세워져 있어 십 여년간 표고버섯을 실컷 따 먹었다. 이제는 그 나무들도 모조리 삭고 주저앉고 머위가 그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무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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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대를 끊으려 단풍나무 밑을 지나려니 물까치가 떼거리로 시끄럽고 고약한 목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공격을 할 태세다저들이 우리집을 접수하여 주인노릇하는데 웬 노인네 둘이 몇 달에 한번씩 나타나는게 눈에 거슬렀나? 이게 우리집인데... 너네들에게 질 내가 아니라구.’ 시끄럽다고, 당장 내 집에서 나가라고, 커다란 검정우산대를 들고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열 마리는 족히 되던 물까치가 내 기세에 눌려 한두 마리씩 자리를 떴다


그런데 딱 두 마리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앞집 용마루 위에서 안절부절 우리집을 내려다 본다보스코가 오늘 아침 까닭을 알아냈다. 장미 흰가루병을 소독하기 전에 마당의 비자나무와 주목나무의 죽은 가지를 치고 낙엽을 터는데 새끼 물까치 한 마리가 주목에서 툭 하고 떨어지더란다. 이웃을 위해 사람 공격에 울력나온 물까치들도 기특하지만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먹이던 어미새들이 나처럼 무서운 안주인(‘괭이로 이마까라’)의 협박에도 흔들림 없이 과시하던 용기가 갸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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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스코 제자가 강남 롯데타워’ 123층 식당에서 점심을 대접한다고 초대를 했다. 그는 광주대교구 송종의 신부님과도 집안 친구여서 은퇴한 송신부님도 모처럼 서울나들이를 하신 참이었다. 그 제자는 얼마 전 4년 넘게 암을 앓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괴로움을 겪는 중인데도 손님대접을 하였다.


서울 사람들은 여의도 63빌딩에 갈 이유도 없고 가고싶은 의욕도 없지만 함양에 살러가니 ‘63빌딩 가봤냐?’고 내게 물어왔다. '겁나게 높드만... 그것도 못가보고 뭔 서울사람이라느냐?'는 투의 질문이었다. 이탈리아에서도 한국에서 관광 온 사람들은 모두 로마를 가봤지만 그곳 시골사람들 태반은 로마에 갈 이유도 흥미도 없다고 했다. 아무튼 우리도 시골사람이 되었으니 롯데월드타워에 가봐야이웃 할매들에게 기죽지 않고 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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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제 방문치곤 서울 스카이를 다녀 왔다고 말하기가 거시기 했다. 입구에 들어서며 혹등고래 체험관이 있다고 지하실로 뱅뱅이를 돌리기에 혹등고래 실물이라도 보여주나 기대했더니 사진 전시가 전부였다. 롯데답게 얍삽했다. 123층을 오르내리며 바라다본 서울은 녹지(공원)가 거의 없고, 홍콩 말고 세계 어떤 도시가 저렇게 아파트로만 둘러 쌓여 있을까 끔찍했다.

나머지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은 지붕 위 테라스에 온갖 잡동사니를 올려놓았으니 그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몸매였다. 뭘 보여주려고 저렇게 높이 올렸으며 뭘 보려고 거길 올라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갈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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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위에서 자신들의 현실을 깨우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쁜 일은 아니지만... 저 고공에 올라가서 우리도 새삼 느낀 점은 전철 성수역에 써 붙인 정성수 시인의 짤막한 시였다. 


아들아 딸아
두려워 마라
지구는 언제나
네 발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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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찍은 우리 모녀의 엄지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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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수유성당 옆 성체수도회에서 바자회에 내놓을 수건 포장을 돕던 이엘리를 잠깐 만났고, 바로 옆에 있는 박순용정형외과에 들렀다. 달포전 금이 갔던 왼팔은 완쾌되었고, 이번에는 김경일 원장님의 채근으로 휠대로 휘어 거의 퉁겨나간 내 오른손 엄지를 어찌할까 박순용 원장님과 의논했다


완전 튀어나간 엄지뼈에 철을 박고 두 달간 철사로 꿰매 고정시켜야 한단다. 울 엄마의 엄지도 내 손가락과 똑같았다. 엄지가 그렇게 휘었어도 엄마는 애를 다섯이나 낳아 키웠고, 고약한 남편 모시고 살림했고, 백 살까지 사시면서 그 많은 농사를 지으셨는데, 나도 그냥 살겠다니까 빵기 말이 "그건 댁의 어머니 얘기고, 우리 어머니는 수술하셔야 한다구요."였다.


서울집 보일러의 온수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문씨아저씨'(30년 넘게 우리 단골을 그렇게 불러왔다)를 불렀다. 우리가 지리산에 가 있는 동안 보일러가 탈 나도 전화하면 찾아와서 수리해 준다. 아저씨가 강압모터를 사다 달아주니까 문제가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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