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월요일 무지무지 후덥지근한 하루였음

 

아침 8시 30분, 부지런히 점심거리를 마련하여 송기인 신부님 댁이 있는 삼랑진으로 달렸다. 한국천주교 박해 피해자 제1호인 김범우의 묘가 있는 삼랑진 용전리의 성지에 비각을 짓고 송신부님이 그곳에서 사신다. 지리산으로 손님들을 초대하다 초대하다 못해 이제는 출장요리까지 주선하는 남편이 징그럽게도 대견하다.

 

모두 여섯 식구쯤 될 거라고 했는데 밥을 먹은 것은 아홉 명이었다. 마산의 "원로사제"(요즘은 은퇴하면 이렇게들 부른다.) 정영규 신부와 하삼두 화백(보스코의 수상록 "주님의 이름을 불러두고"에 표지와 삽화를 그려주었고 그 표지화를 표구하여 선물해 주어서 지리산집 이층에 지금 걸려 있다.)과 그의 친구 변호사도 합석하였다. 그러나 음식이 넉넉하여 모두들 본토 스파게티와 이탈리아 요리라면서 맛있게들 들어서 다행이었다. 점심이 일찍 끝나서 2시 30분쯤 짐을 챙겨 돌아왔다.

 

문정리 다 와서 장효익씨네에 들러 달걀을 사려는데 그집 작은아들 진수가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을 따라들어갔다. 그의 뒤로 큰아들 휘수와 엄마도 함께 오는 게 멀리서 보였다. 어린 진수는 주인답게 상자곽을 열어 계란 숫자가 열 개인지를 확인하고서 으젓하게 한 판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오너로서의 자세가 섰다. 기특한 아이들이다. 부모야 좋아서 내려온 시골 생활이겠지만 아이들마저도 아쉬움이 없지 않겠지만 시골생활에 행복하는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