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4일 화요일. 맑음


친구의 어머니는 90이 훌쩍 넘으셨다. 그미가 걸음마를 걷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징집 당해 나가서는 소식이 더는 없었다니 전쟁 통에 돌아가셨으리라 상상할 뿐이다). 그미와 어머니는 숙명처럼 유일한 서로의 의지처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물론 전쟁 통에 딸을 반듯하게 키위내기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는 설명 없이도 미뤄 짐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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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결혼 후 육아기에도 안심하고 교편 생활이 가능했던 것도 어머니가 생활과 육아를 다 맡아 주셨기에 때문이다. 아이 둘도 할머니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지 지금도 할머니라면 엄마 보다 더 끔찍히 여긴단다. 이번 신정 때도 손녀딸들이 증손주들과 온다는 소식에 꽤 먼 거리 재래시장까지 밀차를 끌고가 넘치도록 생선과 채소를 사오셔서 손녀딸들 먹인다고 쉬지 않고 장만을 하시더란다.


그 나이에도 매일 미사에 다니시고, 늘 교회에서 나오는 잡지와 신문을 읽고, 하루에 성서 필사를 몇 시간이라도 하시며 시간을 허투루 쓰는 일이 없으시단다. 정신줄을 안 놓으려고 노인들이 화투를 치거나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더 실용적인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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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도 성경을 많이 읽으셨고 기도도 청산유수로 하셨는데, 아흔이 넘어가며 다리에 힘이 없어지자 교회 가는 것도 힘들어 하시고 겉으로 드러나는 신앙인의 모습도 차츰 잃어 갔다. 아흔다섯이 넘어서는 스스로 폐가 된다고 엄마가 교회를 안 나가셨는데, 곁에서 '기독교방송'이라도 챙겨드려야 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가 떠나시자 한동안 교회 근처에도 안 가던 오빠와 동생이 엄마를 생각하며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 엄마가 놓쳤던 신앙의 의지가 자식들에게서 다시 살아나는 기적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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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요 며칠 사이 많은 친지들의 부모님이 하느님 품으로 떠나셨다. 그런데 옛날과 다른 모습은, 떠나간 분들에 대한 남은 이들의 슬픔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왜? 어르신들이 너무 오래 사셔서? 부모와 떨어져 살아서 끈끈한 정이 크지 않아서?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보니 나만 생각해서? 결론은 옛날 분들이 이미 말 해 주셨다.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 '긴 병에 효자 없다.' 


우리 아버지가 치매로 3년간 집에서 고생하실 때 그 힘든 일을 손수 처리한 사람은 큰 아들도, 며느리들도, 딸네도 아니고 엄마였다. "나는 평생 느그 아부지를 한번도 사랑한 일이 없다!"고 선언하여, 우리 5 남매를 아연케 하고 서운케 했던 그 엄마였다. 사랑이란 뜨겁고 열정적이기보다, "아구~ 저 인생이 불쌍해서"라며 어찌할 길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가는 측은지심이다.


우이동 뒷집 2층에서는 한 동안 엄청 큰 목소리가 났었다. 정육점 주인이던 아저씨는 늘 다정하고 재미있는 분이었고 할머니와 아이들까지 조용조용하여 사람 사는 소리가 안 났던 집이다. 그 집 며느리가 조용히 일러주는 얘기로는, "시아버지가 유명한 서예가로 엄청 돈을 잘 벌었는데, 여자와 놀음에 미쳐 아들 공부도 안 시켜 고기장수 백정을 만들어놓고, 집안도 안 돌봐 왔는데 뇌졸증으로 반신불수가 되자 작은마누래가 싣고 와서 큰마누래가 있는 아들 집 대문 앞에 버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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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착한 아들이 아버지 대하는 태도는 서릿발이 돌았지만 그 집 할머니 곧 큰마누래는 불쌍타고 그 할아버지가 죽기까지 몇 해를 돌봐 드렸다. 마지막 날까지 그 노인은 한 마디 할 적마다 버럭버럭 온 동네가 떠나가게 고함을 질렀다. 나 같으면? 보스코가 작은집 살림하다 쫓겨오면? 작은마누래를 어떻게든 찾아내서 그 집 앞에 도로 버리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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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까운 이웃들과 신년 하례식을 했다. 모두 정치적인 견해가 같아 어렵지 않게 소통하는 사이여서 자연히 요즘 '국짐당'의 정치판에 말이 모아진다. 결론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장 저해하는 집단이 정치검찰'이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악을 척결하라고 만든 기관이 악의 온상이 되어온 기막힌 현상을 볼 때 절대권력,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썩는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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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그 자가 더 큰 권력을 잡겠다고 날뛰는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었는데, 요즘 그 집단이 하는 꼴을 보니 정치검찰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하는 꼴은 안 봐도 될 듯해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문제는 5년 내내 보수언론이 주입시킨 현정부에 대한 무조건 증오, 우익집단의 맹목적인 지지다. "벙어리면 어때?" "쥴리면 어때?" "트럼프면 어때?" "저렇게 싸우면 어때?" 그러니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특히 중도층이 각성해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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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지리산 상봉에도 눈이 보일까말까인데 스위스는 봉우리마다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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