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9일 목요일. 맑음


~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데이, 힘 들드라도 면사무소에서 행사 준비를 했사오니 모두 참석하시기 바랍니데이. 점심은 부페로 준비한답니다. 가셔서 참석하시고 노래자랑이랑 춤도 추시고 점심도 만나게 드시이소.” 예전 같으면 마을 부녀회에서 음식준비를 하고 온 마을이 축제로 부산한데 이제는 음식 준비할 젊은 여인들이 없다. 심지어 면사무소까지 가는 것도 힘들어들 하니 늙어버린 농촌이 어느 동네에서도 확연하다. 적어도 10년 내에 이 마을은 절반 이상이 빈 집으로 남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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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은빛나래단은 살뜰한 미루가 축하 모임을 주선하여 사천에 있는 한식당 별주부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형부나, 보스코, 봉재 언니까지 1942년생 어버이셋 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현저한 건강위기를 겪는 상태여서 모임이 쉽지 않다. 그래도 미루가 바쁜 중에도 시간 조율을 잘해서 사천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얼굴이라도 보았다. 모임이 있을 적마다 미루네가 산청 가게에서 우리를 싣고 원지에 가서 임신부님 오누이를 싣고 다시 목적지까지 운전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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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형부는 당신이 최근에 겪은 패혈증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해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보스코는 여전히 아무 말을 안 하니 한 달 겪은 병원생활을 내가 설명해 줘야 했다. 허리가 어지간히 아픈지 돌아와서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다. 낼 모레면 정확하게 한 달이지만 남원의료원에서 12주 진단을 내렸으니 그 기간을 다 채워야 허리 건강을 되찾을 듯하다.


보스코가 아프다고 각지에서 위문품이 휴천재로 답지한다. 한 친구는 커다란 상자로 가자미를 가득 담고 커다랗고 잘생긴 대구를 보냈고, 도정 김교수님 댁에서는 커다란 광어와 성명불상의 물고기들을 가져다 주었고, 남해 형부는 보스코가 한 달 간 끼니마다 한 주먹씩 먹어온 약의 해독을 위해 끓여 먹으라고 황태를 잔뜩 주셨다이웃들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골고루 나누었다. 첩첩산중에서 바다를 만났으니 이웃들과 텀벙거리며 물고기를 낚듯이 기분이 좋다. 물고기를 받아든 이웃들의 모습도 모두 흡족하다.


어제 오후에 대파씨 두 단을 텃밭에 심고 축대 밑 무성한 잡초를 뽑았다. 지심매는 일은 놀이삼아, ‘네가 더 쎈가 내 힘이 더 나은가 보자며 친구랑 팔씨름 하듯 해야 하고, ‘노느니 염불하듯차분히 해야 일에 치이지 않는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이런 일에 절대 목숨 걸어서는 안 된다


장 봐온 모종을 심어주겠다던 드물댁이 늦게야 와서 이미 다 심겨진 것을 보고는 내일은 고구마 싹 얻어 올 테니 심어서 고구마 줄기나 따먹자요.’ 한다. 우리 텃밭 땅이 너무 기름져 고구마가 달리면 애들 머리통만큼 커서 한해 심어보고는 다시는 안 심었다. 밭에 멀칭을 다하고 윤석렬의 그 유명한 '대파'를 심으려고 비워 놓았더니 고양이가 화장실로 애용한다. 어제 질냥이 끙아를 다 제거하고 대파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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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아침 내려가 보니 '누가 내 화장실 철거시켰어?' 고양이가 내 대파를 모조리 뽑아 뭉개 놓았다. 그 자리에 대파를 다시 심으며 다시는 파밭 건드리지 마라. 또 그랬단 너 밥 없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길냥이들이 먹을거 갖고 치사하게’ 라고 욕할 것 같다.


오늘은 느티나무독서회 날. 리챠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기로 한 날이다. 보스코가 퇴원하고 집에서 할 일이 많아 겨우 반밖에 못 읽었다. 마음은 급하고 이해는 안 가고 해서, 내겐 생물학에 기초적인 지식도 없었으므로, 전중환, 최재천 교수와 설민석의 책소개를 유튜브에서 듣고 나니 약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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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進化生物學) 교양서라는데 . ‘인간이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설계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정의를 내리고 접근하는 책이어서 만물의 영장이니 하느님의 모상이니 하던 고상한 개념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러나 불교신자인 회원들은 윤회사상에 입각해서 이 책이 더 이해가 쉬웠나보다. 


그 책은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의 이기심이 개인 시장경쟁의 배경에서 학문의 이름으로 내놓은 다른 신자유주의라 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2008년도에 막을 내리고 그 다음은 좀비자유주의가 됐다가 지금은 다원주의 사회라는데 이때에 나타날 포식자는 어떤 형태일까? 문화와 문화적 돌연변이로 밈(mim)과 그 진화, 밈의 특성을 읽다가 오늘은 끝났다. 마저 읽는데 일주일은 더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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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임은 함양도서관장이 '느티나무독서회 '같은 교양인 모임이 읍내에 있고 십년 넘게 이어가는데 대한 격려로 우리에게 저녁식사 대접을 하였다. 다른 군 소재지에는 독서클럽이 여러 개 있는데 함양에는 딱 하나, 우리 모임뿐이란다. 


휴천재 감동 쇠파이프 속에 찌르레기 한 쌍이 알을 품고 있다. 파랑색 알 하나가 바깥에서도 보이는데 암수가 교대로 품는다. 하나가 먹을것 사냥에 나갔다 돌아오는 낌새가 보이면 다른 놈이 잠시 몸을 풀겠다고 나간다. 알이 깨고 나면 새끼 먹이느라 더 바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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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한달 만에 마을에 돌아와 허리에 복대를 하고 지팡이를 짚고 영락없는 장애인이 되어 골목 산보를 하니까 아짐들이 어지간히들 반가워한다. 가밀라 아줌마는 "하느님이 교수님 살려보내시어 참으로 고맙고로" 하시면서 눈물 바람을 하신다. 한남댁도 보스코의 무사귀환을 여간 반가워한다. 검은굴댁도 골목에서 보스코를 만나자 손을 마주 잡고 반갑다며 눈물 바람이다


내 서방이 마을 아짐들의 애정을 이토록 많이 받고 있다니 놀랍다. 보스코는 어언 문하마을 최고령 남자가 되었다. 스무명 넘는 아짐들에 남자들 다 꼽아도 다섯이 될까말까 하는 분포로 휘귀성가치인 듯하다.


봉재 언니가 얼굴에 웃음을 띄우는 건 보스코가 손을 잡아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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