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3일 화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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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한다. 우리 몸도  봄비를 맞아 새 기운을 받아 새싹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 힘든 껍질을 깨고 일어설 것 같다. 보스코도 어제 밤에는 별탈 없이 잠을 잘 이루었다. 하루를 넘기고 주 초반이 지나고 이번 주말을 보내고 나면 무슨 수가 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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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 비뇨기과엘 가려니까 목욕을 시키고 환자복을 갈아입히고 (일주일이 지났으니) 침대 시트와 이불도 갈려고 했다 토, 일요일 이틀은 세탁한 침구가 도착하지 않아 물건이 부족했다. 세탁물 수거실 문이 열렸는데, 배기구가 없는 그 방에서 나는 냄새는 표현하기에도 고약하다. 대부분 9O세전후의 할메들의 체취에다 대책없는 배변에 밤새 한강을 이룬 침대는 도우미 누구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게다. 간호사들의 인내와 헌신이 눈물겹다. 친정어머니에게도 못해드릴 보살핌이다.


마을의 상항과 마찬가지로 이곳 입원실에서도 남녀 성비의 차는 엄청 크다. 우리 7층 병동에서도 여자병실 숫자도 입원환자도 남자들의 4배는 되고 5인실마다 거의 만원이다. 반면, 남정들의 5인실은 보통 두 명이 있고 한 명이 있는 방도 몇 개나 된다. 남원만 해도 KTX가 있어 오전 일찍 서울 가는 차편은 서울에 있는 큰병원에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단다. 큰병이나 중병으로야 거기까지 가야겠지만 너도나도 서울 가야 산다는 생각들은 이해가 안간다.


보스코야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인데도 왜 진주경상대 병원에라도 안 갔느냐?’고 묻는데 우리는 이곳 남원의료원이 너무 맘에 든다. 집 가깝고 깨끗하고 종사자들 친절하고 경치좋고...앞으로는 다치지 말아야겠지만, 이번에 남원의료원으로 온 탁월한 선택은 김원장님의 소개와 안내를 받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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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 도정 체칠리아와 스선생님이 병문안을 오셨다. 보스코는 비뇨기과엘 오가느라 그들을 김원장님이 접대 하셨다 .그런데 스.선생 부부도 김원장님의 마법에 걸려 그 매력에 포옥 빠졌다. 뭔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분 만날 때는 노트와 연필을 준비하여 그분의 말씀을 어록으로 정리해야겠다.”는 감탄까지 나왔다. 우리 역시 우리 곁에 친구들끼리 이렇게 끌리고 좋아하면 기분이 좋다.


두분은 나에게 점심으로 추어탕을 사 주셨고 보스코 몫으로도 한그릇 사 주셨는데, 사고 후 처음으로 보스코가 입맛이 돌아온 듯 저녁식사를 맛있게 했다. 주변의 친구들 덕분에 우리의 노년이 든든하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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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며 벽창호 보스코에게 한마디. "여보, 오늘은 나한테 축하해 줘야 해." "왜?" "오늘 내 상일이거든!" "???" "여보, 생일 축하해 한마디 해 줄래요?" 생각에 잠깐 잠기던 그가 피식 웃더니 '"축하해." 란다. 423일 전순란의 생일이라고 큰딸 엘리는 찰밥에 미역국과 잡채, 불고기 등 맛있는 반찬을 해서 남원까지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엄마 걱정에 마음만 졸이던 빵고신부를 대방동으로 찾아가 데려와 주었으니 내게는 제일 큰 생일 선물이다.


빵고신부는 병원지하실 가톨릭원목실경당에서 아빠를 위해 미사를 집전해 주고, 원목 최아나다시아 수녀님은 빵고 신부가 아빠의 쾌유와 엄마 생일 축하 미사를 봉헌 하도록 준비해주었다. 때마침 휴가를 왔던 원목실 최수녀님의 수련동기 이임마콜라타 수녀님도 보스코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1970년대 명동성당  지성인 예비자교리’반에서 보스코에게 교리공부를 하고 입교하였단다. 그분은 그동안 우리 가족이 입은 수많은 은혜를 떠올리며 무슨 어려움이 닥쳐도 당신의 손길 안에서 우리가 건재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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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병원 구네 '가족 만남의 방'에서 이엘리가 준비해온 음식으로 생일잔치를 했는데 우리가족 과 충실한 친구 김 원장님도 함께 해주셔서 의미가 더 컸다

빵고 신부랑 김원장님은 건강을 돌보는데 늘 위험스러운 휴천재에서 우리가나기를, 지리산이 아쉬우면 하다못해 남원에 있는 아파트로라도 이사를 오라는데, 보스코는 그 일로 고민도 없는 듯하다.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더는 욕먹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려 한다. 말하자면 보스코가 무슨 결정을 하든 따르려는 것이다.


오후에는 이 병원내 치과에서 보스코의 신경치료를 끝냈다. ‘사랑니니까 빼버리라는 함양치과의 선고로부터 아까운 이 하나를 구해낸 셈이다. 허리로 인해 입원하며 이런 좋은 일도 있다.


오후에는 미루네 부부가 임신부님 남매를 모시고 문안을 다녀갔다. 다 바쁜 사람들인데 그 적은 시간을 쪼개서 저녁까지 고생을 시키다니... 오로지 그들의 우정과 사랑에 이곳 생활에 힘을 받고 있으니 정말 잘 살아야겠다.


지난 반년 사이에만도 장출혈과 무릎부상과 이번 척추사고까지 3번째 재난으로, 그야말로 삼재(三災)로 올해 받을 모든 재난이 끝났으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라는 지인들의 축원대로 건강 튼튼 100세까지 탈 없이 살 것이니 어디 한번 믿어줘요.’라고 인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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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 들네도 스위스에서 보스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어서 아들 전화가 끝이 없다.자칫 소홀할 엄마의생일도 기념할 겸,  온 가족이 영상통화를 나누었다. 강아지 '겨울이'까지.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을 확인하고서 큰아들네가  마음 놓고 인류애를 위해 헌실할 수 있어서 나도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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