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9일 일요일, 흐리고 이슬비


금요일 오후 산보길을 나서며 '오늘은 참나무지 옆길로 들어가 유영감 묘지쪽 강가로 가볼까?'라고 보스코가 앞장선다. 50년 전만 해도 문정리는 무척 가난했단다. 손바닥만 한 논에서 나오는 곡식으로는 집집이 십여 명 되는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으니 무어라도 해서 쌀을 팔아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문정리는 해먹을 게 없어 유난히 무성한 참나무를 베어 숯을 구워 팔았다 한다, 그래서 지금도 문상 마을을 윗숯꾸지문하마을을 아래숯꾸지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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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참나무가 몇 그루만 남은 참나무지 숲길을 2km쯤 들어가면 콘크리트 포장된 샛길 양쪽으로 폭이 2~3m밖에 안 되는 다랑논 흔적이 휴천강가로 접해 있다. 한때 쌀 한줌이라도 얻느라 경작했을 논이지만 지금은 묵정밭으로 버려져 있다. 숲길은 좁아 모닝이나 겨우 다닌다


10여년 칠선 뒤주터에서 내려온 사랑의 커플이 그 골짜기에 외딴집을 마련했다. 오래오래 외국생할을 한 여인이 지리산 산사람을 만나 그 순진무구함에 반해서 여자 측에서 청혼을 했다는 가난한 사랑 이야기가 우리 귀에까지 들렸다


그러다 여자가 사고를 당하여 사경에 이르고 남편의 극진한 간호를 받아 소생한 얘기도 따라왔다. 오늘 산보길에 그 외딴 집에서 그 여자가 파리한 얼굴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서 사랑하는 여인을 저승 문간에서 되찾아올 만큼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다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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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 이어진 논두렁을 지나 묘지들로 끝나는 그 길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무덤가 잔디 위에 앉아 흐르는 휴천강을 내려다보고 지리산 노장대를 올려다보노라면 내 어린 시절 공도 중학교 뒷산에서 염소에게 풀을 뜯기며 책을 읽던 추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우리 집 한 마리 염소를 무덤가로 끌고가 풀 뜯기며 엄마의 잔신부름에서 면제받았다. 염소의 젖을 짜는 일은 엄마 몫이지만 나도 가끔은 짜다 서툴어 염소 뒷발에 차이기도 했다. 


저 언덕 저 고개 너머에선 어떤 미래가 내게 열릴까?’하는 중학생 소녀의 아련한 꿈 속에 해거름이면 '시골 아낙들의 곤고한 삶으로 내 운명이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문득문득 고개를 들곤 했다.


살레시오가족 열번째로 시성된 아르테미데 자티(Artemide Zatti)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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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바티칸 바울로6세홀에서 거행된 살레시안 가족의 교황 특별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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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출장간 빵고신부는 아르테미데 자티(Artemide Zatti: 1880-1951) 살레시오회 수사님의 시성식(諡聖式)과 살레시안 가족의 교황 알현에 참석한 사진을 보내왔다. 사제 아닌 평수사 성인이어서 한국 살레시오회 평수사님들도 모처럼 로마 여행을 하고 시성식에 참석했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 가서 살레시오 평수사가 되어 서민적으로 살면서 서민 가정 청소년들 특히 병자들에게 헌신한 덕성을, 그를 시성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민성덕(庶民聖德)’이라고 명명했단다. 교황은 우리 평신도들에게 '평범한 이웃 아저씨 성인, 이웃집 아줌마 성녀가 되자'고 호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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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고는 로마에서 맛있는 '호박꽃피자'도 사먹었다고 자랑이다.  엄마가 늘 해주던 호박꽃피자여서 더 반가웠나 보다. 제네바에서는 큰손주 시아가 지역 오케스트라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플룻을 연주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서양 축제에 거리를 지나가는 브라스밴드를 보면 할아버지, 삼촌, 손자들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아무튼 두 손주가 악기 하나씩 연주하는 여유로움은 이 할미를 흐뭇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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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오후. 루콜라, 상추, 겨울 시금치를 심으려 텃밭에서 풀을 뽑으며 밭고랑을 만들고 있는데 내 호미 소리를 듣고선지 드물댁이 올라왔다. 제동댁 감나무에서 홍시가 다섯 개나 달린 가지를 꺾어와 내게 내밀며 얼굴이 꺼칠해. 어여 먼저 먹고 힘내.”란다. 무릎을 탓하며 '다시는 밭농사 안 짓겠다!'던 생각이 비온 후 흙에서 고물고물 올라오는 새싻들에 의해 흔들리고 말았다. 내가 없어도 착실히 우리 텃밭을 지킨 드물댁과 밭고랑에 퍼질러 앉아 무청을 다듬고 부추를 손질했다. 오늘 오후는 비가 내려 식당채에서 사과와 호박, 토란줄기를 썰고 쪼개고 말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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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엔 유림에서 미루네랑 저녁식사를 했다. 열흘이나 되는 산청 축제를 지내면서 지쳐 있을 미루를 격려하는 자리였는데 그 부부를 만나면 되레 우리가 힘을 받는다. 지리산에 내려오면 미루나 아래층 진이네, 공소 교우들과 함양 지인들의 따스한 인정, 임실 문섐 부부의 우정이 이곳 삶을 외롭지 않게 가꿔준다. 천국은 개별 입장은 사절이고 단체 입장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거기 단체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은 비록 가난하게나마 지상에서 천국을 누리는 행복이다.


보스코의젊은 엄마들과 함께 드리는 로사리오 (환희의 신비 3)

엄마의 탄생”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273906

일요일 아침부터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린다일곱 명이 소박하게 공소예절을 지냈다열 사람의 나병환자가 기적적으로 나병이 나았는데돌아와 고마움을 표한 유일한 사람이 사마리아인 하나였다? 그런데 유대인들에게 미움 받던 예수님이라 걸핏하면  “우리가 당신을 사마리아인이고 마귀 들린 자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요한 8,48)라며 '사마리아인'이라고 조롱당하신 사실도 우린 알고 있다.  예수님도 부아가 나서 '착한 사람' 비유에 '사마리아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셨는지도 모르겠다. 


보스코의 주일미사 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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