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1일 일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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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햇살이 너무나 좋았다, 집안에도 집밖에도! 보스코가 텃밭 배나무를 전지한다고 사다리에 오른다. 아들들은 나더러 아빠 사다리 오르지 못하게 말리라니까 긴 사다리는 안 쓰고 짧은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작년과 금년에 위로 뻗은 가지는 자르고 눈 틔울 가지는 묶어준다. 아직 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도 괜찮은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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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에 복숭앗집 인화씨네가 짓는 집이 잘 지어지나 궁금도 하고, 나한테 국화차가 필요해서 그 집 뜰에 금국 꽃송이들이 남아 있으면 따다 말리고 싶어 찾아갔다. 인화씨 남편이 입산하기 전에 건축을 하던 이라 공사는 별탈 없이 되어가는데 자재 공급이 안 돼 일꾼들이 곧잘 쉰단다.


서울 우이동 집도 내후년이면 건축을 시작한다는데 갈수록 비싸지는 자재비와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 L.H에서 설명회를 했는데 이해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앞으로 의론하며 풀어가며 집을 짓는다는 게 무슨 말인 지 도통 모르겠다. 말남씨를 그렇게나 못마땅해 하던 우리 오빠까지도 말람씨의 부재가 이렇게 아쉬울 줄 몰랐다니 내게는 그미가 더욱 절실하다. 하늘나라에서도 그미는 하느님께 민원을 올리고 해결을 위해 뛰어다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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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의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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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실상사에서 출발하는, ‘생명평화순례길에 미루네랑 참석했다. 실상사 산내 매동마을 상황마을 중황마을을 거쳐 등구재 넘어 창원마을을 지나 금계까지 걷는 길로 잡았다. 그런데 중황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딴 일정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곳에서 실상사로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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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 부부가 있고 함께한 사람들도 환경운동 전문가들이고 맛있는 점심도 생명평화에서 대접받은 길이었으니 이 화창하고 빛나는 날에 가을 나들이로는 최고였다. 지나가는 마을마다 가족들이 남녀노소 함께 김장하는 모습은 가슴도 따뜻하게 데워줬다. 시골 인심이 좋아 우리더러(순례길을 걷는 이들을 서로 등불이라고 부른다) 맛보라고 싸주는 어머니들의 배추속 쌈 맛보기에 가던 길을 해찰해도 빨리 가자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준다. 귀촌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넉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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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해 만에 둘레길을 15Km 넘게 걷고 나니 보스코에게도 내게도 좀 무리였던가 보다. 등구재마저 넘었더라면 힘들 뻔했다. 보스코는 지쳤던지 저녁 8시부터 잠자리에 들고, 나는 요르단 여행에서 돌아온 큰아들과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가 곤한 잠보다 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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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합천 사는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부부가 전임회장(2010~2012) 봉재 언니 병문안 차 산청에 온다고 해서 우리도 미루랑 석대리 '가림정' 주일미사에 갔다. 어느 새 연중 마지막 주일을 맞았다.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당한 분을 '온누리의 임금'으로 받드는 우리 믿음이 참 대단하다.  


봉재 언니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기운이 좀 없고, 없던 말수가 더 적어졌다. 나이 들면 샷업(shut-up: 입 다물기)’7ups 중의 첫째 가는 덕목이라는데 언니는 일찌감치 그 덕에 도통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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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깊고 국화가 다 피고 지는 시기여서  국화를 따다 쪄서 건조기에 넣었다. 감초 2개에 금국을 조금씩 넣어 10분 정도 쪄서 45도에서 10시간 정도 건조시켰다가 덜 마른 듯해서 60도에서 2시간 정도 더 말렸더니 색깔도 곱고 감촉도 바삭하다. 오늘 가림정에서 만난 정한길 회장이 뇌경색에 예방과 치료에 천마 넣고 금국을 끓인 물이 최고라니 나도 보스코를 위해 국화차를 마련하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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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과 모래는 비가 오고 그 뒤로 날씨가 추워진다니 텃밭의 무와 배추를 바라보는 내가 심란하다. 내일은 함양 장날이니 생새우, 황석어, 갈치 등 양념꺼리를 사다 무김치는 우선 담가야 할 것 같아 오늘 저녁 나절에 무를 뽑았다. 구장댁도 무를 뽑는데, 권투로 보자면 우리 무가 '라이트플라이급'도 못 되는 '미니멈급'이라면 구장댁 무는 초헤비급’! 처음 밭 갈 때 복합비료를 좀 줬어야 한다는 구장의 훈수지만 우리 텃밭은 20년 넘게 한 번도 비료를 준 일이 없으니 저나마 자력갱생한 몸피들이다


동강마을을 지나다 동강식당아저씨에게 대파와 쪽파를 샀는데 장에서 사는 분량의 두 배는 준다. 이래저래 이웃 덕분에 편히 산다. 저녁 7시에 주일미사 드리러 오시는 본당신부님의 공소 미사에 다시 갔다, 은총도 입고 숫자도 채우고. 공소에서 올라오며 드물댁한테 들리니 어느 새 내가 사온 쪽파를 가져다 말끔히 다듬어 까 놓고 슬그머니 던지는 말쌈: “배차 저릴 소금이 엄서. 읍내 나가면 좀 사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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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의 '미니멈' 무와 구장님네 '슈퍼헤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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