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30일 일요일, 맑음


목요일에 텃밭에서 씨를 맺은 루콜라를 다 뽑아내고 갓도 씨가 여물었기에 뽑았다. 루콜라 씨앗은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정자에 널어 말려 털 생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루콜라 맛을 들였는지 종자 가게에서 루콜라 씨앗은 꽤 비싸다. 갓씨도 엄청 나와 뽑아다가 남호리에 뿌렸다. 섬진강변엘 가면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를 야생 갓이 강변을 온통 차지한 광경을 오래전 보았는데 남호리에도 야생 갓이 사방에서 자라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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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남호리 언덕에 갓씨를 뿌리는 동안 나는 진이네 농장으로 올라가 체리를 땄다. 올해는 날이 차서 작년 만큼의 당도도 안 나오고 열매도 훨씬 적다. 블루베리 열매도 절반밖에 안 열렸단다. 도정의 꿀농사도 봄철 생산이 반으로 줄었다는 탄식이다. 


산청 방곡 승임씨네랑 만난 지 퍽 오래여서 점심을 먹으러 오라 했더니 내가 너무 고생한다며 차라리 우리더러 자기 집으로 오란다. 다만 내가 한 파스타가 먹고 싶다기에 조개와 낙지를 넣고 스파게티 마리나라를 마련해 갔다. 승임씨가 인천 사람이라 해물을 좋아하기에 모두 맛있게 먹었다, 승임씨 여동생네 가족이 한 울타리에 살기에 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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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임씨 제낭 강기훈 교수의 부친 강환섭 화백이 남긴 유작으로 여동생네 집은 갤러리로 꾸몄고 승임씨네 집도 이미 갤러리다. 그 집을 짓고 3년인데 그동안 정원을 가꾸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타샤의 정원이 따로 없다. 점심 후 강화백의 그림들을 아드님의 설명으로 감상하고 여동생의 뜨개질로 만든 인형들도 구경하였다. 손수 만든 멋진 앞치마도 뜨개질한 핸드폰걸이 쥐인형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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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보스코가 배나무 봉지싸기를 시작했다. 적성병이 얼마나 심한지 이파리 성한 것도 없고 어차피 물까치가 거덜낼 배농사지만 텃밭에서 일편단심 배나무만은 보스코 담당이라 열과 성을 다한다. 그 시간에 나는 텃밭 빈 곳에 루콜라랑 상추를 다시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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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 텃밭에 우리 딸들 몫으로 심은 다섯 그루 체리나무가 안주인 정성으로 잘 자라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이파리를 똑똑 따먹혔고 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절대 아니다! 다리 건너 장로님댁에서 키우는 흰둥이가 텃밭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본 터라 일단 그 개한테 혐의를 씌우자 보스코가 당신 개가 풀 뜯는 소리!’ 들어봤어?”라며 날 놀렸다. 어제 남호리에서 고라니가 찔레나무 순을 따먹은 흔적을 보고서 진이엄마에게 물었더니 고라니의 짓이 틀림없다며 그것들이 한번 입질을 시작하면 자꾸 찾아오니까 휴천재 텃밭 입구에 그물망을 치란다. 그미가 그물까지 가져다줘서 내가 고라니 방지망 공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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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다는 예보가 있긴 했지만 어제 오후에 갑자기 돌풍이 사납게 불고 소나기가 쏟아졌다아뿔사그 돌풍에 휴천재 입구 아치에 사반세기 동안 자라 오른 능소화 절반이 뚝! 부러져나갔다돌풍으로 제멋대로 늘어진 덩쿨장미도 다듬어야 했다. 보스코가 사다리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내가 진이 아빠 트럭을 끌어다 아치 밑에 세우고 진이엄마가 트럭 지붕 위로 올라가 장미의 산발한 가지들을 아치에 가지런히 묶어주었다이 집은 아마존 여전사네 집이어서 집안의 힘든 일들은 다 여자들이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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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옆 논에서 유영감님이 오늘도 괭이로 논둑을 파고 있었다. 내가 큰소리로 말리자 이거라도 해야 밤을 뜬눈으로 안 샌다구!” 더 큰소리를 치신다. 밤잠이라도 자겠다는 괭이질이라는 말에 10년 넘게 독수공방하시는 아버지가 측은했던지 곁에서 일하던 작은아들이 나더러  "그냥 두세요." 라며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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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은 작은아들이 어제 한나절 경운기로 갈아 놓은 논에 물을 댄다며 우리 텃밭에 들어와 호스를 잇느라 우리 감자랑 옥수수를 마구 밟아 속이 상했다아저씨, 물길이 우리 밭을 지나면요, 고마웠다고, 밥이라도 한 끼 해 먹게 쌀이라도 한 됫박 주셔야 하는 거 아녜요?” “쌀 한 되가 커피 한 잔 값도 못한 세상에 쌀은 뭔 쌀이어?” “쌀금 얘기가 아니고 아저씨가 농사지은 그 쌀 한 끼라도 먹어보고 싶다 그 말이에요.” “그 말은 맞네. 내 요담에 줄게.” 옆구리 찔러 절 받기에 능수능란한 전순란이지만 꼽꼽하기로 소문난 영감님네 쌀 자루를 과연 열 수 있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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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오늘 복음 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52)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 공소에서 일곱 명이 모여 공소예절을 올린 것으로는 좀 섭한 날인데 미루의 초대를 받아 산청 동의보감촌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내일 전순란도 임신부님도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니 미리 몸보신’을 시켜주고 대축일도 축하하겠다는 귀요미의 명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이다


점심 후 후식까지 대접 받고 동의보감촌 큰마당에서 마당극단 '큰들'이 공연하는 '효자전을 보면서 관객과 함께 웃고 울어 모처럼 문화생활도 했다. 이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도 젊은 배우들이 자신의 꿈을 소박한 마당극으로 풀어내는 정성이 감동적이었고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산청군도 맘에 든다.


집에 돌아와 텃밭에 커가던 민트를 마저 베어다 씻어 마룻방에 널었다. 요즘 시시로 민트차를 마련하는데 오늘 동의보감촌 대장간에서 자그마한 작두까지 사왔으니 민트로 찻방 차릴 연장은 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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