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3일 토요일, 맑음


올해 씨감자 한 상자를 드물댁과 반으로 나눠 심었는데 우리 몫이 적었는지 작년의 반도 소출이 안 나왔다. 감자 심을 철에 자리를 비우고 드물댁에게 심어달라고 부탁을 했으므로 뭐라고 말 할 입장도 못된다. 다만 내년까지 먹으려면 좀 모자랄 듯해서 소담정한테서 토종 씨감자를 얻은 김에 하지 감자아닌 가을 감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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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장 배추와 무를 심을 때까지는 휴식기간이니 땅이야 얼마든지 있고, 작년 초겨울 퇴비를 넉넉히 해서 거름은 충분하다. 땅을 뒤집어 양파가 먹고 남은 영양분을 고루 섞고 판판하게 다듬어 비닐 멀칭을 했다. 그런데 비닐로 덮은 땅 속이 너무 더워 씨감자가 썩거나 익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봉재 언니도 작년에 마늘을 심었는데 겨울이 더워선지 마늘이 썩거나 익어 있더라던데... 모두 지구 온난화 탓이란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한여름에 감자를 심는 걸 보기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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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으니까 수확 안하고 땅속에 놓아두었다가 한겨울에 캐기도 한다. 알프스에서도 잎과 줄기는 다 걷어버리고도 감자알은 땅 속에 묻어둔 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캐다 먹는 걸 보았다자주 비가 오고 땅속이 얼지 않으니까. 적어도 저장에는 최고다. 하고 싶으면 꼭 해 봐야 하는, 내 성질 때문에 생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흙을 갖고 논다거나, ‘땀 흘리는 운동했다’ 치면 나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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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땀 냄새에 깔따구와 모기가 번갈아 문안을 하더니, 요즘 개체 수가 무섭게 늘어난 물까치가 내 귀를 날개로 치며 비행하여 나를 위협한다. 엊그제 정자에서 일하던 보스코에게도 위협비행을 하더라던데... 머지 않아 자칫 히치콕의 영화 의 한 장면을 연출할지도 몰라 머리가 쭈삣해진다


오후 그 시각에 보스코는 휴천재 뒤꼍에서 시누대 쳐내는 일로 땀을 흘렸다. 보기에도 좋은 오죽(烏竹)이 차츰 영토를 넓혀가 뒤꼍을 온통 오죽밭으로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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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루생일. 엊그제 그미를 봤지만 가까이 있으니 함께 하고 싶어 우선 산청매장에 가서 축하를 하고 서울서 내려온 팔보식품직원들과 함께 남해까지 가서 피자피네엘 들렀다


남해까지 갔는데 파스칼 형부네가 없으니 허탕이다재작년에도 보스코 생일에 피자피네엘 갔고 그날은 형부네와 마르코신부님까지 다 있었다반면 정기휴일이어서 주인장 없는 빈집 마당에서 우리가 싸간 음식으로 파티를 했다


카톡으로 형부한테 안부를 물으니  LA에서 뉴져지로 가는 중이고, 15일에는 하와이에 가서 30일까지 지내다 귀국한단다남해바다에서 하와이 와이키키로그리고 다시 남해로... 정말 바다와 인연이 깊은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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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축하를 못한 이사야의 생일도 축하하는 자리. 피자가게 앞으로는 벼논으로 된 잔디밭머얼리는 남해바다가 보이고뒤로는 나지막 한 산이 길게 누워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옥에 티라면 송전탑이 눈에 거슬리는데 누군가 수용해야 할 일이니 이 아름다움에 그걸 끼워 넣었다고 탓 할 수는 없다.


잔디를 키워 봐서 알지만 그 집만큼 잔디를 키우려면 머슴이 댓 명은 돼야 하는데... 부부가 식당을 하면서도 정원을 그렇게 가꾼다는 게 불가사이하다. 음식도 그만하면 깔끔한 한국식 양식집이니 정원 감상만으로도 가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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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수녀 에스텔이 마련해 준 '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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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나고 함께 지내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천국으로 평행이동을 하는 게 영생이라니, 사랑만 하면서 착하게 살고 행복하게 여기고 살다보면 이곳에서도 그곳에서도 천국을 맛보는 게 아닐까? 기왕 그렇다면야 '당신이 가 있으면 천국도 난 안 갈 테야!'라는 말보다는 '당신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가겠어요."하는 편이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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