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3일 수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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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심장시술 후 3개월에 한 번씩 중앙보훈병원에 검진을 받으러간다. 동부간선도로로 가다보면 의정부에서 안양까지 지하도로를 뚫는다는 공사장을 녹천교에서 만난다. 오늘도 한여름의 열기가 후끈거리는 철판길 위에서 장정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저렇게 만든 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그들의 땀방울을 기억하고 고마워할까?’ 나라도 기억에 남기려 유심히 그들을 본다. 나이와 상관없이 직급 대로,그러니까 상급자는 일을 시키고 아랫사람은 일을 한다. 일터일수록 계급사회는 존재하고, 그 계급이 때론 비인간화를 부추기기도 할 게다. 아무튼 세상이 조화롭게 돌아가는 것은 제일 어려운 곳에서 저렇게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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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사람은 당연히 어린이들이고, 이들이 건강한 정신으로 커야 하는데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 게 음식이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거룩한 일이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가정에서 주부가 대접을 받듯이.


"타작 마당에서 일하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마라."는 성경말씀도 있지만, 밥하는 사람들에게도 마땅한 밥을 먹여주는 게 도리다초중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분들이 정규직으로 대접받게 해달라고 파업을 시작하였다제발 그들의 요구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조하성봉 감독이 며칠 전 보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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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하늘이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하늘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안다.’ 한때 우리 문단에 빛나던 시인(김지하)이 썼던 글대로다.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에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10시에 보훈병원에 도착하여 두상이 서방님에게 진료를 받았다. 며칠 전 사촌 종호 서방님도 그곳에 입원해서 스턴트를 두 개나 했단다. 아는 사람이 의사니 얼마나 편한지! 그래서 스카이 캣슬에서 자식들을 의대에 보내려 그렇게들 애쓰는 것 같다.


11시 30진료가 끝난 후 보스코는 전철로 집으로 돌아가고나는 엄엘리가 봉사하는 성남동 성당이 가까워 잠깐 들렀다어려서부터 성당에서 자라고 중고등부대학어른이 돼서도 늘 성당 가까이 살고 성당 가까이 일한다일주일에 이틀을 꼬박 성당에서 봉사하면서도 마치 내 집에서 내 일 하듯 편안한 행복에 젖어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무엇이라도 부탁하면 기쁜 마음으로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마음밭이 특별히 고운’ 친구를 두어 내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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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낙성대 우정치과에 가서 마지막 임플랜트 본을 떴다. 내 맘 같아서는 담 주라도 이를 해달라 하고 싶었지만 아직 내 잇몸뼈에 박은 장치가 자리를 잡지 못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한단다. '어느 치과에서는 단 하루에 다 해준다'는 광고가 떴던데 어디에 차이가 있을까 원장님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멍청한 질문 같아 참았다.


집에 돌아와 보스코에게 콩국수를 해 주고 저녁식사 후 뒷산으로 산보를 하는 도중(= 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는 보스코를 '걸리는 중') 곽서방이 우리집 층계에 난간 만들 목재를 다듬어서 가져온다는 오빠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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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뒷산을 내려와 저녁 준비를 했다. 곽서방의 믿음직스러운 어깨가 갈수록 더 넓어 보인다. 딸을 낳으면 (배도 안 아프고이렇게 든든한 청년을 얻을 수 있다니, 오빠는 참 좋겠다! 딸 낳을 복이 없으면 조카딸이라도 나쁘지는 않다.


농활에서 막 돌아와 기쁨에 겨운 구총각이 오빠네량 함께 저녁을 먹었다. 국민대에서 신소재(新素材)를 공부한다는 말에 오빠는 신소재의 용도와 장래성에 대한, 예의 그 이바구를 쏟아냈다. ‘공부하기가 죽기만큼 싫다던 구총각은 한상에서 냉면을 먹느라 그 연설을 다 들으며 젓가락질이 몹시 허우적거려야 했다. 오빠네가 간 다음, 뭔가 그렇게 많은 걸 아는 아저씨는 생전 첨 본다는 촌평을 구총각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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