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일 월요일, 맑음


2019년이라고 부르는 한 해도 어제로 절반을 넘겼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여섯 시가 되자 둘 다 눈을 떴다. 나이 들면 저녁밥 숟가락을 놓자 졸리고 아홉 시만 되면 깜빡깜빡 초저녁잠에 빠지고 새벽 네 시면 눈이 떠지는 노인들의 생체 리듬이 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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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김원장님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한겨레신문 1면을 펴고는 싱글벙글. 남북미 세 정상이 환하게 웃는 사진은 우리 국민들도 웃게 한다. 그렇게 온 국민을 웃게 만들고, 인류사회를 웃게 만들면서 조용히 조연(助演)으로 물러나 앉는 우리 대통령... 그런 분을 무뇌인들은 호구라고 부르니....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이루기 위해 '호구'가 되기들 두려워하지 않는 성숙한 인간의 결정판을 우리가 주님이라고 부르는 예수에게서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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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님이 우리 부부의 원주 관광을 준비한 프로그램대로 우리 넷은 새벽시장에 갔다. ‘원주농업인 새벽시장은 농산물이 나오는 4월 하순부터 김장철인 12월 초순까지,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원주천 봉평교와 원주교 사이 주차장에서 열린다. 농민들이 손수 기른 싱싱한 농산물을 가져다 도시 소비자가 직접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하니 원주의 명물이라 할 만하다. ‘한살림협동조합을 탄생시킨 장일순 선생의 동네다운 면면이다. 우리 함양의 상림에서 이뤄지는 토요장터도 여기처럼 분발하면 농민들의 가계를 돕는 수입원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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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변 장터를 구경하고, 천변 죽집에서 (무위당 선생이 세운 사립학교) 대성학교의 졸업생임을 자랑하던 죽집 아줌마에게서 팥죽과 콩죽을 사먹고 얘기를 나누었다. 옆자리에 앉은 산보길 아저씨도 장일순 선생이 살았던 동네에서 지금 살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하였다.


무실동으로 자리를 옮겨 프랑스 최고의 베이커리 쉐프가 만든다고 자랑하는 커피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토스터에 구운 빵과 잼과 버터 그리고 커피. 콜로스테롤 300대를 유지하는 보스코가 베이컨, 버터, 계란을 좋아한다고 하자 김원장님은 몸을 생각하기보다 본능에 충실한 식단이라며 놀린다. 기름지고 달달하고 고소한 것(한 마디로 '건강에 안 좋은 것')을 좋아하는 보스코의 본능은 늘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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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원주가 낳은 사회운동가, 교육자, 생명운동가로 도농 직거래 한살림 운동을 만든 무위당(爲堂)’ 장일순(張壹淳) 선생 기념관을 찾아갔다. 이웃에 멋진 기와집에 근사한 차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사기도 한다는 최규하라는 인물과 같은 동네 원주에서 태어나(1928) 그 집과 지척에 살았으면서도 하나는 보람없는 정치인으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한 사람의 삶은 시대가 흐를수록 사람들 속에 빛을 발하며 되살아나 정신적 지주가 되는걸 보며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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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서화(書畫)를 둘러보고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무한경쟁, 물질문명의 한계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공존할 대안이자 돌파구를 협동조합에서 찾았기에 원주가 협동운동의 메카가 된 건 무위당 선생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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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찾아온 사람들에게 붓글씨를 써주시며 그 사람에게 꼭 알 맞는 글을 내려주셨다는데 '‘인파출명저파비(人怕出名猪怕肥: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라든가 목자불망상인(牧者不忘傷人: 지도자는 상처난 백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글귀를 보면 그분의 얼과 기상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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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치악산 송어회집에서 점심을 대접받고 문섐이 근무하는 심평원을 한번 더 둘러보고 원주를 떠났다. 우리가 참 많은 사람들을 알고 마음을 나누는데 이 부부는 가슴 깊은 데로부터 울림을 주는 분들이어서 어제 오늘 이틀간 함께 보낸 행복감에서  아직도 내가 깨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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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네 집에 집채 만한 자두나무가 있다. 오늘 저녁 오빠가 나를 불러 자두를 한 바구니 따줬다. 한 입 물면 그 달콤한 즙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오빠의 새 사랑도 그렇게 달콤하게 열매를 맺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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