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37일 목요일, 맑음


하늘이 맑다는 게 우리 마음마저 맑다는 얘기여서 푸른 하늘을 보며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린다. 중국이 사고의 중심에 있고 그들이 싸 놓은 끝없는 욕망의 부산물에 가까운 이웃인 우리나라와 모진 놈 옆에서 날벼락맞는가여운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까지 '잘사는 것 부러워 말고 소박하게 사는 게 복임을 깨달아라!' 하늘이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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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스코가 바티칸에 일을 보러 가는 길이다. CCK의 유신부님과 함께 공항엘 가겠다고 해서 중곡동에 내려 주었다. 그곳엔 빵고 신부가 대학 1학년 때 지도수사였던 김영선 선생이 근무하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살레시안의 특성은 한번 살레시안은 영원한 살레시안으로 그 가족정신은 살레시오를 떠나서도 여전히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다. 빵고신부가 무척 좋아하는, 영원한 형이다. 그러기에 자기는 수도자의 길을 끝까지 못 가더라도 그 가치를 기억하여 후손이 그 길을 계속 가기도 한다. 우리 가족이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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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 건강문제로 얼마간 엄마를 못 찾아 뵈서 그가 떠나자 곧장 엄마에게로 갔다. 그런데 마침 지리산 친구 체칠리아가 지근거리인 용인에 있다기에 가는 길에 그니를 만났다. 작은딸이 직장에서 2주간 교육을 받으러 갔기에 7, 5세 두 손주를 돌보고 있단다. 한국민속촌앞에서 식사를 하고 막 미세먼지를 털어낸 청명한 하늘에 봄길을 같이 좀 걷자고 민속촌엘 갔다. 용인에 민속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미 촌에 가서 살고 이웃아줌마들이 이미 민속을 몸으로 전수하고 있어 특별히 갈 생각은 안 했는데 견물생심이라 한 두어 시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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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 소감은 입장료가 엄청 비싸다는 것, 두 번째는 1974년에 만들어졌으니 우리 큰아들과 동갑이라는 것, 세번째가 전해들은 얘기로 박정희 첫 부인의 큰딸이 주인으로 독재자는 백성들보다 자기 자녀들 먹고사는 일에 많은 신경을 썼구나하는 생각이다. 민속촌부지안에 큰내가 흐르고(자연인지 인공인지) 가난한 서민의 초가집과 커다란 고래등 부잣집이 부락처럼 자리 잡고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외국친구가 와도 보여주는데 흠은 없겠다. 사물놀이, 줄타기, 말놀이는 그래도 신경쓴 게 보여 영 싱거울 장소가 그나마 생기가 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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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가 좀 못되어 엄마한테 왔는데 엄마는 내가 늘 곁에 있었다는 듯이, 방금 전에도 내가 왔다는듯이 씨익 웃고 딴전이시다. 감정의 굴곡이 없는 건 감정의 표현방법도 낡아 희노애락을 섬세하게 내 보일 여유가 없다는 걸까?. 엄마는 돌봄이아줌마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고 이모와 내가 식사를 하는데 건너편에는 문섐 어머니가 내 움직임에 눈길을 주고 계셨다.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따님을 치하하니 따님의 공직수행에 아주 만족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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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쯤 일기를 쓰려고 태블릿을 가지러 1층에 내려갔는데, 화재경보기와 비상벨소리가 요란하다. 지하 전기선로에 과부화가 걸렸는지 불은 안 보이지만 연기는 심하게 올라왔다. 엄마가 걱정이 되어 3층까지 계단을 뛰어올라 엄마한테 불났으니 빨리 움직여야 한다니까 들은 척을 안 하신다.


불이야! !” 그 애기로는 안 먹혀 엄마, 전쟁났어! 난리가 났어!” 하니까 그제야 옷을 여미신다. 전쟁의 의미나 상처는 아직도 기억하는지 마지막 단추까지 다 끼고 신발도 단정히 신고 저러다간 로스께한테 옆구리라도 찔릴 태세로 슬로우슬로우... 그래도 계단으로 끌듯이 엄마를 모셔 내려와 우리 차에 모셔놓았다. 여차하면 내달릴 생각으로


환자들은 간호사들이 다 밖으로 옮긴 후, 용감한 병원 청소부의 활약으로 불은 꺼지고, 소방차와 앰블런스, 경찰차등 열댓 대가 덤벼들었다 그냥 가고.... 불쌍한 원장님 내일은 좀 정신이 드시겠지. 엄마를 계단으로 다시 모시고 올라왔는데 나한테서 소식을 들은 호천이가 ‘엄마, 전쟁놀이 잘 했어요?’고 물으니까 엄마 말씀: “순란이가 뭔가 수선은 떨었는데 나는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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