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일 목요일, 맑음


내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너에게 '사랑해!`라고 말한 것이었다

적은 유서처럼

낮은 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네 입술이 내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나를 덮은 한 잎의 꽃

아지랑이 아지랑이 (홍해리, 홑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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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을 바라보고 휴천재 마당에 나란히 서서 서로 엉키고 밀어내며 수십 년 살아온 천리향(은목서)과 동백을 내려다본다. 두 나무가 처음 심겨졌을 때는 1미터 이상의 거리가 있었다. 은목서의 향기가 휴천재 앞마당 구석으로부터 마당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했었고, 동백의 붉은 꽃을 안방 창으로 내다볼 요량으로 심었을 텐데 세월이 지나며 두 그루 나무가 얼마나 클지 그 계산은 놓쳤다.


그늘진 동백은 은목서 쪽에서는 꽃 피우기를 포기했고, 온목서도 반대쪽으로만 커나가느라 허리가 구부정하다보스코에게 둘 중에 하나는 캐내야겠다니까 숲속의 나무들은 아무리 가까워도 서로가 조정하여 자리를 공유한다고, 하나를 제거해야 다른 하나가 편히 커 간다는 생각은 인간 중심의 생각이라고 그냥 놓아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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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일은 인간 세상에서는 다반사다. ‘너의 불행이 나의 불행처럼 가슴 저리게 느껴져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으로 다가와 가슴 터질듯 기뻐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하고만 살 세상에 살고 싶다실상 산속에 들어와 살며 그런 교감이 통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어떻게 살아온 사람이 그런 사람이 되나 눈에 보인다


점심 후 아랫집 친구가 한 달여 만에 찾아왔다. 나는 서울에 그니는 고향에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늘 가까이 있었다는 살뜰한 느낌을 준다. 내가 지나며 하는 말에도 그니가 귀기울여주고 내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에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성가시게 하지도 않고, 간만에 봤다고 서먹하지 않은 것은 늘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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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는 어려서부터 많은 힘든 일을 거쳐 오며 몸이 졸리고 가슴이 저미는 공포 속에서도 담대히 맞서 이겨왔다. 그니에게는 오랜 기도생활로 영에 눈을 떠서 악령과 하느님의 영을 식별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니가 적극적으로 기도해주고 미사를 바쳐서 상대방이 힘든 상황을 벗어나게 하는 과정을 여러 번 지켜보았다. '너의 불행이 나의 불행'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이어서 아름답다. 


뉴에이지 운동으로 기를 받고 산속을 헤매다 영체가 몸에 들어와 그 영체와 끝없이 얘기를 나누던 어떤 여인의 얘기를 들려주었다신기가 있어 아마 그 신을 받아들이면 무당이 될 텐데, 주변에서 말리자 본인을 파괴하고 쓰러뜨리더란다. 그럴 때는 신앙이 깊은 사람 여럿이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바치며 악귀와 싸워야 한단다. 나한테도 엄청 강한 기운이 도는데 밝고 따뜻한 기운이어서 사람을 감싸안아 다행이지 반대로 악한 생각으로 오기를 품었다면 많은 사람을 해쳤을 꺼란다. 조심해서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려니 하고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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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나 나는 주지주의적인 사고를 가져 영적인 문제를 그다지 민감하게 느끼거나 반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내가 생각하기에도 저 사람은 아마 악령에 사로잡혀 저러지?’ 하고 짐작케 하는 사람도 자주 있다


더구나 요즘 jtbc 뉴스에서 보는, 성직자의 탈을 쓴 못된 목사들, 천사의 탈을 쓴 늑대 의사교수의 탈을 쓰고 5.18을 끝까지 헛소문으로 모독하는 극우인사들, 법관의 탈을 쓰고 온갖 사법농단을 진두지휘한 인물들... 영의 눈이 뜨인 사람들에게는 어두운 영이 사로잡혀 있는 그들의 정체가 한눈에 보이겠지.... 성욕과 증오와 허위의 악령들에게 사로잡혀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화면에서 본다는 것은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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