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주보: 빛과 소금> (1993.4.25)

 

여성 사목회장님께 부치는 글

 

성 염 (서강대 교수)

 

     서울 신림4동 본당 사목회장 최순임 회장님께,

     부활을 알리는 지난 4월 11일자 가톨릭 신문에서 <교회내 여성, 더 이상 보충역이 아니다>라는 소제목제하에 <서울서 첫 여성 사목회장 탄생>이라고 대서특필한 기사를 읽고서 신선한 공기를 폐 깊숙히 들이킨 기분이었습니다. 여교우가 8할에 육박하는 한국천주교임에도 불구하고, 제 본당만 해도 15명 상임위원 중에 여교우 두 명이 "양념처럼 끼워 있는" 실정입니다. 본당에서 사실상 모든 수고와 희생은 여교우들이 전담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정황에서, 자매님을 회장님으로 모시게 된 신림 4동 교회와 본당신부님의 신앙 깊은 결단에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여성은 세계 인구의 정확하게 절반에 해당하는데 유엔의 통계(1986년)에 의하면 전 세계 노동량의 3분의 2를 여성이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그 보수로는 전 세계 수입의 10분의 1만 여성들에게 돌아가며, 또 여성의 이름으로 등기된 재산은 전 세계 재화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고 불의한 통계가 천주교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혹자는 본당의 모든 활동을 도맡는 여우들의 헌신을 "한국 여성들의 고급유휴노동력의 가련한 발산"이라고 깎아보기도 합니다. 각종 신심회, 성모회, 성가대 등에서 행하는 여교우들의 활동이 지나치게 개인 신심과 본당 울타리에 묶여 있기 때문에 나오는 비난 같습니다. 우리 교회의 엄청난 여성 활력을 본당 밖으로도 유도하여, 가난하고 억울한 이웃을 돕는 소공동체 운동, 돈 봉투 안 바치는 참교육운동, 합성세제 안쓰기나 우유팩수집 같은 공해추방운동, 우리밀 살리기 같은 생명운동, 소말리아의 기아자를 돕는 세계평화운동에로 고개를 돌린다면, 정말 교회도 세상도 그 모습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태초에 남자와 여자를 당신 모상대로 창조하신 이상, 남성들만 교회 내 직무, 특히 사제직을 독차지하고 수녀님들을 위시해서 여성들은 그 보조자로 그치는 교회는 하느님 얼굴이 반쪽밖에 안 그려진 그림처럼 불완전하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지금 성령께서 그 많은 시비를 물리치시고 개신교에도 성공회에도 여성 사제들을 세우시는 광경을 우리가 목격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우리 많은 본당에 덕성스럽고 어여쁘고 훌륭하신 여사제를 모시는 날들을 함께 꿈꾸고 기다리고 노력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