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본뜻

 

                                                                                 [광주기독교방송 1976.2.21]

 

주말입니다. 토요일이면 반나절의 학교 공부나 직장생활이 끝나면 멋지게 주말을 즐길 생각에 누구나 조금은 흥분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공부와 직장에 매어 한 주간을 지내다가 내 멋대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일 것입니다. 그간 못다한 일들을 해치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쌓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쏘련 사람들마저 종교를 말살시킬 의도에서 주말을 없앴다가 다시 복구시킨 사실로 미루어, 사람이 하루쯤은 일손을 놓고 휴식을 얻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가 봅니다. 유대인들이 토요일을 안식일이라 하여 일체 신체노동을 삼가고 그리스도 신자들이 일요일을 주님의 날 곧 주일이라 하여 경건하게 지낸다는 사실은 어린이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나사렛 사람 예수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들판을 건너갑니다. 정오가 지나 좀 시장했던지 아니면 입이 심심했던지, 제자들은 밀 이삭을 뽑아 손으로 부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이 하필 성스러운 안식일이었기 때문에 예수와 사이 나쁜 사람들이 트집을 잡았습니다.

 

“어찌 함부로 이 경건한 안식일에 밀 이삭을 부벼 먹는 노동을 한단 말인가?”

요즈음 상식으로는 어이없는 생트집이었기에 예수는 제자들을 두둔했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보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또 하루는 예수가 군중들에게 설법하는 마당에 손 오그라든 불구자를 예수 앞으로 데려왔습니다. 그 날이 마침 안식일이었고, 예수를 법망에 걸어 넣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은 예수가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예수는 자기 적들에게 물었습니다. “경건한 안식일에 불구자를 낫게 해주는 것이 도리인가? 그대로 버려두는 것이 도리인가?” 그들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한 주간의 노동과 공부에 시달리다가 주말을 쉬면 몸이 거뜬해집니다. 바쁜 일과들 때문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보고 얘기를 나누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낚시터나 산으로 나가서 머리에 쌓인 긴장을 풀고 공원이나 극장에서 오락을 갖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주말은 사람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먹고 입고 사는 데만 분주하다가 삶을 누리고 유쾌하게 즐길 겨를을 얻습니다. 사회에 대한 기계 속의 톱니바퀴 하나가 되어 정신없이 돌아가다가 자신이 이 땅 위에 단 한번 살고 가는 사람이며 결코 대치될 수 없는 독립된 인간임을 문득 깨닫습니다. 사람이 빵만 가지고는 살지 못하며 애정이며 우정이 있어야 하고 사상이니 종교니 하는 것이 필요함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과연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주말이 있어야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되돌아오기 위해서도 일요일이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난 본연의 사명이 무엇이고 인생의 끝 간 데가 어디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볼 주일이 있어야겠습니다. 이 은혜로운 주말이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1976.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