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차 부산 찾는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
"사회와 역사에 대한 공헌 참된 종교인의 실천과제"


   
 
로마 교황청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자 대변자다. 서울 창경궁 정도의 면적인 0.44㎢에 성베드로 대성당, 성베드로 광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인구수 1000여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전 세계 인구의 17.3%인 11억 명의 신도수(2006 교회통감)를 가진 채 지구의 모든 국가들에 미치는 정신적 영향력은 여느 강대국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교황청은 1945년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를 가장 먼저 승인했고, 1947년 처음으로 사절을 파견한 이후 1963년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 오늘까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와 긴밀한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2003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주교황청 한국대사로 근무했던 성염(66·사진) 전 대사가 오는 8일 부산을 찾는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의 9월 강사로 초빙된 것.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주제로 부산에서 강연회를 갖는 성염 전 대사를 전화로 미리 만나 보았다.


-이번 강연회의 내용을 정리해 주신다면요.

▶가톨릭교회는 1900년대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공의회, 교황, 교황청 기구의 공식문서로 정리했습니다. 이것을 가톨릭신자들은 '사회교리'라고 부르죠. 최근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간추린 사회교리'라는 책자로 정리했고 우리말로 옮겨져 읽히고 있습니다.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도 교황직의 기조문서라 할 첫 회칙에서 사회교리는 가톨릭신자의 '사회적 차원의 사랑'이므로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대사님의 강의내용을 현대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요.

종교와 신앙이 신도들의 개인적·정신적 위안과 구원으로만 그치고 무수한 국가와 국제사회의 산적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신앙 밖의 세속사로 간주한다면 비신앙인들의 눈에 종교단체는 폐쇄되고 무익한 게토집단 정도로 보일 것입니다. 인류의 구원, 중생제도, 치국평천하의 가르침이 대종교 창설자들의 가르침이었다면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신앙인들은 사랑 의 폭이 아주 좁은 옹졸한 종교집단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지요. 현대사회의 문제를 11억 가톨릭 인구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4년 넘게 한국을 떠나 계셨는데 떠나실 당시와 지금 한국 신자들의 신심이나 신앙생활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정국이나 정권에 따라 신자들의 자세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 돋보이던 사회 약자층에 대한 배려, 부의 공정한 분배, 대북한 유화정책은 그 자체가 종교신앙과 부합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최근 우리 사회는 거기서 방향을 전환한 듯해 교황청 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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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신자들과 가톨릭 본산 신자들과의 차이점이 있나요.

2000년의 토양을 가진 로마 및 유럽의 신앙인들과 200년 역사의 한국교회가 신앙의 깊이에서 차이가 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가톨릭은 100년에 걸친 박해를 견디며 무수한 순교자를 냈고, 신·구교를 막론하고 교육과 자선, 의료 등의 사회적 공헌도 컸습니다. 특히 민주와 인권, 통일과 분배 등을 선도한 공적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인구의 3%가 크리스천인 아시아에서 신·구교를 합쳐 30%가 넘는 선교현황은 괄목할 만한 것이고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중하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 정부의 종교편향 문제 때문에 종교갈등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가요.

제가 교황청 인사들에게 늘 자랑해 왔던 것이, 한국에는 그리스도교의 구교와 신교, 불교와 유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고 정의와 민주, 인권과 민족화해의 견인차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일부 개신교 인사들의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발언들이 마치 종교전쟁을 유발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해져야 할까요.

개인신앙의 차원에서 윤리적으로 조용하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이 우선돼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역시 '사회적·역사적 공헌'이야말로 현대인들이 바라는 종교인의 본분이라고 여깁니다. 예수님도 자신의 제자들이 '세상의 소금' '등잔위에 올려진 등불'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942년생인 성염 전 대사는 가톨릭대학 신학부, 로마 교황립 살레시안대학 등을 졸업했고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요 역서로 아우구스티누스의 '그리스도교 교양' '참된 종교' '신국론' '삼위일체론', 키케로의 '법률론' 등이 있다. 8일 오후 7시30분 가톨릭센터 소극장. (051)465-9508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입력: 2008.09.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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