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9.7.19]
[책읽는 경향]   고백록   
 
 성염 전 서강대 교수

 

ㆍ진리를 좇는 열정, 불꽃같은 탄식에 취하다

     서구 문화를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합류한 강으로 보는 사람들은 5세기 로마 수사학자요, 회심 후에는 그리스도교 최고의 사상가가 된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를 그 합류지점으로 간주한다. 고중세에 가장 많은 저작을 낸 그는 <고백록>을 자기 대표작으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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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이 책에 매료된 것은 진리에 대한 저자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의 생애는 한마디로 “진리를 향한 끝없는 불꽃”이었으며, 그 진리를 일컬어 ‘임’이라 부르면서 “임 위해 우리를 내시었기에 임 안에 쉬기까지는 우리 마음이 찹찹하지 않습니다”라고 허두를 뗀다.
 
   당시 로마 제국에 만연하던 온갖 철학과 종교를 섭렵한 끝에, 나사렛 사람 예수가 설교한 인격신에게서 그 진리를 발견하던 날, 그는 “오, 진리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라던 사랑의 탄식을 죽는 순간까지 되뇐다.

   미국발 경제위기에 온 국민이 허덕이는데 집권자가 오로지 가진 자들을 배불리는 데 치중한다고, 그래도 3대에 걸친 문민정부하에서 모처럼 국민이 향유하기 시작한 민주주의가 삽시간에 무너진다고 느껴질 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사회적으로는 소통과 분배가 막혀 절망하면서 혁명적 저항을 예감하게 되고, 개인적으로는 소비향락주의가 판친다.
 
   몰락해 가는 로마 제국의 시궁창 냄새를 맡으면서, 그래도 ‘사랑의 문명’의 도래를 내다보던 석학의 길잡이가 그래서 오늘의 지성들에게도 호소력 있다.

   라틴어 원전 번역으로는 최민순 신부의 번역본(바오로딸, 1965)이 그 유려하고 시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끌어가고, 감신대학 선한용 교수의 중역본(기독교서회 1990)도 있다.

<성염 전 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