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7. 26발행 [1029호]

 
"[출판]성염 전 서강대 교수,단테 「제정론」등 2권 역주 "

▲ 성염 전 서강대 교수

▲ 단테 알레기에리(1265~1321)의 「제정론」 .

▲ 피코 델라 미란돌라(1463~1494)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를 역임한 뒤 경남 함양 지리산 자락 휴천재(休川齋)에 칩거하며 연구에 몰두하는 성염(요한 보스코, 66) 전 서강대 교수가 최근 단테의 「제정론」과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등 뜻깊은 저작을 우리말로 옮기고 주해까지 달았다.

 이 가운데 단테 알레기에리(1265~1321)의 「제정론」 번역 및 주해가 눈길을 끈다. 「신곡」을 쓴 위대한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실 정치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한 단테의 「제정론」은 중세 정치철학계의 가장 첨예한 논제인 교황과 황제의 정치적 권한을 '두 궁극 목적 이론'으로 해결함으로써 정교분리론을 사변적으로 확립한 중요한 정치철학서이기 때문이다.

 단테는 「제정론」을 통해 1302년 반포된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의 칙서 「거룩한 하나의 교회(Unam Sanctam)」에 대한 답변으로, 황제의 세속권이 교황의 교권에 통제받는다는 논리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현세적 행복과 사후의 초자연적 행복을 인간의 두 궁극 목적으로 설정하고 정치적 권위와 종교적 권위를 동등하게 설정함으로써 사실상 정치와 종교를 분리시켰다.

   출간되자마자 금서로 지정되긴 했지만, 「제정론」은 유럽 사회 세속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책이었으며 철학적으로는 토마스 데 아퀴노의 「군주 통치론」에 나오는 목적 서열론에 대한 답변이기도 해 이 책의 번역ㆍ주해는 우리나라 철학과 신학 연구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르네상스 시대 천재'로 꼽히는 이탈리아 인문학자ㆍ철학자 피코 델라 미란돌라(1463~1494)의 저서도 함께 번역됐다. 신학을 옹호하는데 유다교 신비주의인 히브리 카발라를 이용한 최초의 학자였던 그는 1486년 그리스와 히브리, 아랍, 라틴 등 학자들로부터 끌어모은 900개 명제를 옹호하기 위해 유럽 전역 학자들을 로마로 초대해 공개토론을 벌여 「900 명제집」을 간행해 보수적 학계의 비난을 받았다. 이 때 그 유명한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을 발표하며 학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했고, 이 책이 이번에 우리말로 옮겨졌다.

 이 책은 20대 천재적 청년학자에게서 우러난 인간의 천부적 존엄과 학문의 자유, 문화에 관한 놀랍도록 근대적이고 계몽적인 시각 전환을 담았다. 서양 고ㆍ근대철학 연구 풍토가 플라톤 등 몇몇 사상가들에게만 몰두하는 우리나라 학계 풍토에서 중세 전후 사상가, 특히 피코의 원전 번역 및 주해는 우리 학문, 특히 신학 토대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경세원/각 권 2만 원, 1만5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