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인터뷰 2003.6.12]

 

교황청대사 성염교수 18일 로마 바티칸으로

 

 

해방신학자 외교 활동 기대

 

"개신교 신도 부인에게 "개종 압력 받지 말라"

 

     교황청 대사에 임명돼 오는 18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으로 떠나는 성염(61)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만났다. 한국가톨릭교수회회장이자 ‘북한산-도봉산 생명평화시민연대’ 상임대표인 그는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그의 교황청 부임은 가톨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977년 <해방신학>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고, 평신도 운동을 주도하는 우리신학연구소의 초대 소장 및 이사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신학자인 때문이다. 그는 또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는 80년부터 독재에 항거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운영위원을 지냈고, 95년부터 지금까지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꼬회관에선 열린 임명 축하 미사도 가톨릭의 진보사제인 김병상, 안충석, 함세웅 신부 등이 집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교황청 대사로 임명한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교황청의 역할에 대한 기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 등 가톨릭국가들에 대한 교황청의 외교적 역할이 큰 데다 그 정보력도 미국 정보당국이 놀랄 정도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교황청이지만 이번에 교황청에 보내온 25개국의 아그레망 가운데 가장 먼저 성 교수를 대사로 받아들였다.

 

진보신학자답게 그와 부인은 종교가 다르다. 우리밀살리기운동공동대표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이사인 부인 전순란씨는 개신교인. 전씨에 따르면 교황으로 임명된 뒤 성씨가 한 첫마디는 “내가 교황청 대사로 간다고 해서 당신이 개종해야한다는 압력을 받지마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가 전공한 서양중세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뜻대로 교회라는 우물에서 물을 길러다가 사회를 인간답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어머니를 따라 가톨릭신자가 된 뒤 광주의 명문인 광주고를 수석 입학하고도 가톨릭학교인 사레지오고를 다닌 그는 “가톨릭속에서만 살아 세상을 모른다고도 할 수 있다”고 고백할 만큼 가톨릭적이다.

 

하루 세끼만 먹을 수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하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은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믿는 성대사의 부부는 지리산 실상사 인근에 시골집을 마련해 1년 중 4~5개월은 농사도 짓고, 글도 쓰며 살아왔다. 그의 두 아들도 첫째는 그가 가르치는 서강대 철학과를 나와 공부 중이고, 둘째는 살레지오회 수사로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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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대사로 부임하는 성염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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