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4.9.21]

 

순교자의 후예인가, 박해자의 후손인가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은 순교선열의 시복식 미사로 절정에 달했다.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역죄라도 범한 듯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00년 넘게 무죄한 백성을 죽여 온 조선왕조도 의금부도 포도청도 흔적 없이 사라진 곳. 전 인류가 경탄하고 대한민국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사학죄인(邪學罪人)들이 13억 가톨릭신자들에게 공경 받는 복자(福者: 복 많은 사람)로 받들어지다니!


마산교구도 순교성월을 맞아서 구한선, 박대식, 신석복, 윤봉문, 정찬문 순교복자 5위 탄생 경축대회를 성대하게 치렀다, 바로 어제! 그리고 명례, 함안, 옥포, 허유고개에는 교구민들의 순례와 헌금으로 한창 성지가 개발되고 있다. 순교복자들을 선조로 둔 교우들은 이즈음 얼마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울까? 그렇다면 내가 혹시 박해자의 후손은 아닐까?”라며 집안 족보를 뒤지는 교우가 있을까? 물론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엿한 천주교신자이니까.


하지만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우리 주님의 낭만에 초치는 소리에도 한번쯤 귀를 기울일 만하다. 불행하여라! 너희가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묘를 꾸미면서,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예언자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너희는 예언자들을 살해한 자들의 자손임을 스스로 증언한다. 그러니 너희 조상들이 시작한 짓을 마저 하여라.”(마태 23,29-32)


순교복자 탄생 경축대회도 거행하고 성지도 개발하고 순교자 상본도 품고 다니는 우리에게 주님 말씀이 조금이라도 켕기거든, 더구나 의인 아벨의 피부터, 너희가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살해한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땅에 쏟아진 무죄한 피의 값이 모두 너희에게 돌아갈 것이다.”는 구절이 혹시 나한테도 들으라는 말씀인가 싶거든 하나만 생각해 보자.


세월호의 비극이 일어난 지 다섯 달. “학생들 수학여행 가다 난 교통사곤데 무신놈의 특뺄법이고?” “박대통령이 배를 침몰시키락켔나? 가가 세월호 선주란 말이가?” “, 고만들 좀 하그라! 지겹지도 않나? 시체장사 한두 번 하나?” “무신 수사꿘에다 기소꿘이라꼬 헌법 기강 흔드노?” 이 중 어느 한 마디에만 내가 고개를 끄덕였더라도, 나는 박해자의 후손이라 불러 손색이 없겠다!


? 교황님과 우리 주교님들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광화문과 계산동에서 저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는 사제, 수도자, 교우들을 비웃어 우리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