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마산 2014.9.7)


세월호라는 암초에 걸리고 만 가톨릭신자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은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끝났다. 서울공항에서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시면서 세월호 유가족 손을 잡으셨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교황님, 거 노랑리본 좀 떼세요. 남세스럽지 않으세요?”라는 투의 기자 질문에 여러분 형제자매의 고통 앞에서는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 그 한 마디는 교황 프란치스코와 대한민국의 현시국을 한데 묶어 인류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 되었다.


교황님의 전세기를 따라 서울까지 따라온 전 인류의 시선이 광화문에서는 6.25 폐허를 딛고 일어선 서울의 화려한 번영을 보았고, 해미에서는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100여년 동안 백성을 학살해온 잔학한 임금들을 마음에 새겼고, 교황님이 유가족의 손을 잡아줄 적마다 세월호 사건을 처리하는 한국 정치가들의 비정한 파렴치가 함께 드러나고 말았다.


교황님이 직간접으로 다섯 번이나 만난 세월호 유가족을 율리아나 대통령은 모르쇠로 안 만나주고, 스테파노라고 알려진 비서실장은 청와대는 국민을 구조하는 사령탑이 아니다라는 투의 정부지침을 고수하는 듯하고,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담당한 심베드로 위원장은 수학여행 중 희생된 사건에 특별법이라니...”라는 문자로 여당의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자 825일부터 사제와 수도자 및 평신도들이 광화문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과 미사를 시작했다. 한국천주교를 대표하여 강우일 주교님은 812일자 성명을 통해서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져 올바른 진상 조사와 사후 조처를 철저히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키도록요청하셨다. 그보다 앞서 714일자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법안을 통해 설치될 조사위원회에는 반드시 조사권과 기소권을 비롯한 사법권한과 함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민과 희생자 가족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라고 요구하였다.


이호진씨가 짊어지고서 900전국 순례를 한 세월호 십자가를 교황님이 받아가셨으므로 앞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찾아가실 모든 민족들에게 세월호 사건은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어떤 국민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말았다. 교황님과 주교님들이 뭐라고 가르치시든 무시하고 돈과 기득권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우상숭배자로 드러날까 신경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