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7.14.]

에로스와 아가페

 

예수님의 에로스라는 글이 주보에 실리더니 예수님의 족보를 시비하는 글마저 나와 고개를 갸우뚱하는 교우들이 있단다. 니그렌이라는 신학자는 에로스란 본질적으로 인간 욕망의 자기중심적 표현이라고, “아가페는 하느님의 전적으로 자기 증여적인 사랑이라고, 따라서 에로스는 아가페의 부패라고 잘라 말했었다.


그 말대로 하면 남녀로 결혼하여 성애를 나누고 자식 낳아 키우는 평신도(가톨릭신자의 99.9%)는 잘해야 부패한 아가페를 한다고 부끄러워하면서 신부님과 수녀님들(가톨릭신자의 0.1%)의 고상한 아가페를 우러르며 한숨지어야 할 게다. 오히려 교황님은 인류를 위하시는 하느님 사랑도 에로스라고, 우리 기혼자는 에로스에서밖에 아가페로 오르는 길이 없다고 가르치시는데....


나의 연인은 내게 몰약 주머니. 내 가슴 사이에서 밤을 지내네.” “그이의 왼팔은 내 머리 밑에 있고 그이의 오른팔은 나를 껴안는답니다.” “그대의 둥근 허벅지는 목걸이처럼 예술가의 작품이라오. 그대의 배는 나리꽃으로 둘린 밀 더미. 그대의 두 젖가슴은 한 쌍의 젊은 사슴, 쌍둥이 노루 같다오.” 엄연히 성경 아가(雅歌)(1,13; 2,6; 7,2-4)의 이런 구절은 청춘의 연애를 지켜보시는 하느님의 시선이지 본디 하느님과 영혼 사이에 오가는 신비적 사랑이 아니다.


창조주께서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예수님의 단언이다. 주 하느님께서 사람에게서 빼내신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시고, 그를 사람에게 데려오셨다.”는 성서구절에는 여체를 빚으시는 하느님의 정성이 대단하다. 그런데 여자는 악마가 들어오는 문”(테르툴리아노)이라고, 여자는 독사나 뿔 달린 악마처럼 조심하라”(성알베르토), "자연 이치상 여성은 열등하며 실패작”(성토마스 아퀴나스)이라고 창조주를 욕하다니.... 지난 세기까지도 교회는 하느님의 이 최후걸작을 영혼의 원수라고 가르쳤다.


남녀의 포옹과 성애는 혼인성사로 오가는 축복인데도 우리가 남자와 여자, 영혼과 육체, 아가페와 에로스를 원수처럼 갈라놓는 시선이 대체 어디서 왔을까? 신앙인들이 사회교리에 귀 막는 고질병이 이 악마적 시선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