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5.12]

 

여자의 발을 씻어주시다니!”

 

새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던 성주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로마 교외 카살 델 마르모에 있는 소년원을 찾아가 그곳 죄수들과 성목요일 만찬미사를 드리셨다. 성목요일에는 세족례가 있다. 열두 명 청소년들의 발을 씻고 수건으로 닦고 발에 입을 맞추셨다


그런데 열둘 가운데 여자가 둘 있었다. 하나는 이탈리아 여자였고 하나는 동구권에서 온 이슬람교도였다. “성스러운 분이 여자의 발을 씻기다니, 그것도 죄수에다 이슬람교도의 발을!” 이튿날 교황님의 행동을 비난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자칫 여자들도 가톨릭 사제가 될 수 있다고 넘볼 것 아닌가?” 하는 말까지 나왔다

 

예수님 제자들마저 시켐의 우물가에서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자와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단다(요한 4,27). 예수님이 시몬이라는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가셨을 적에 어떤 여자가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그러자 밥상에서는 저 사람이 예언자라면, 자기에게 손을 대는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곧 죄인인 줄 알 터인데.” 하고 수군거렸다(루카 7,38-39). 


그러니 만약 예수님이 최후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던 참에 부엌에서 시중들고 있었음직한 막달라 마리아나 라자로의 누이를 불러 발을 씻어 주셨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창세기에는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게 하시어 그를 잠들게 하신 다음,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고 그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셔서 사람에게 데려오셨고사람이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하고 좋아서 소리치는 것을 보시고 참 보기 좋다!”고 하셨다는데... 


예수님 제자들이나 21세기 교황청 사람들이나 경건하다는 신앙인들은 왜 이토록 여자를 천시할까, 진흙에서 빚어진 남자보다 갈빗대로 지어진 여자가 한참 높은 최신버전인데도? 교회가 사회교리를 가르치는 까닭도 이런 답답한 사람들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