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6.16]

 

예수님의 에로스

 

구시렁구시렁 말들이 많다. 새 교황님이 지난 성목요일 세족례 예식에서 여자(그것도 소년원 죄수에다 이슬람여자에다)의 발을 씻겨드렸다고 교황청 인사들이 구시렁거렸다. 오늘 어떤 여자가 눈물로 예수님 발을 적시고 향유를 부어 머리칼로 마사지 해 드렸다고 그 집 주인도 예수님 제자들도 구시렁거렸다. 예수님이 듣다못해 그 여자를 편들어 주셨다. “이 여자는 많은 죄를 용서받아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예수님이 베싸이다의 마르타네 집에 초대받아 가셨을 적에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언니가 적어도 손님 열세 명(예수님과 열두 제자)을 치르느라 부엌에서 눈코 뜰 새 없는 터에 주님 발치에 퍼질러 앉아 턱을 괴고 주님 얼굴만 말똥말똥 쳐다보다니.... 


성깔 있는 마르타가 한 소리 하자 예수님은 어처구니없는 대꾸를 하신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38-42) 요한 사도마저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와 그 여동생과 라자로를 사랑하셨다.”(요한 11,5)고 써놓았다. 여동생이라고만 했을까?

  

다음 장면은 골고타 무덤 밖. 주님의 시체가 없어졌다고 대성통곡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등 뒤에서 누가 마리아야!” 하고 다정하게 불렀다. 마리아는 돌아서며 라뿌니!”(“선생니임~~~”) 하고 외친다. 그 순간 예수님이 마리아, 노터치! 네가 날 붙들면 나 부정 타서 하늘 못 올라간다.” 하셨다고? 성경을 눈여겨 읽어보시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요한 20,16-17) “나 당장 안 가니까 그만 좀 놓아다오. 숨 막혀 죽겠다, 갓 부활했는데.”라는 말로 들리지 않는가?


예수님이 웬 에로스? 고상한 아가페나 하실 일이지? “사랑을 하면 누구나 바보가 되지요라지만, 종들을 구하시려고 외아들을 십자가형에 내놓으신 터무니없는 사건으로 미루어 하느님의 사랑은 분명히 에로스”(베네딕토 16,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9)라는 교황님 말씀이 왜 이리도 듣기 거북할까? 이 한 마디에 사회교리 이해의 열쇠가 숨어 있는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