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12.1]

 

아기 예수님께 어떤 카드를 보낼까?

 

성탄절은 백화점에서부터 시작한다. 한 몫 보자는 장사꾼들이 제일 호들갑을 떤다. 삐까 뻔쩍 전기조명이 찬란하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여기저기 세워지고 징글벨 소리가 울린다. 실제 예수님 탄생과는 전혀 딴판이다.


해산이 낼모렌데 주민등록 땜에 나자렛에서 머나먼 베틀레헴까지 사흘 길을 걸어갔다. 갈릴레아 출신이라고 방도 안 주고, 애기 낳는 자리에 있다가는 부정탄다고 합숙하는 여자들도 끼워 주지 않아 동구밖으로 쫓겨난 마리아! 태몽은 큰 인물에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에다 다윗의 왕좌라고 거창했는데 마구간에서 탯줄을 자르고 말구유에 뉘어져 포대기 덮은 갓난아기라니! 무슨 구세주가 저렇담?


판공성사표도 나오고 성가연습도 하고 교무금도 정리하는 대림절! 아아, 나도 아기 예수님께 크리스마스카드 한 장쯤은 보내거나 찾아가고 싶은데 어떤 식이 좋을까? 밤에 양떼를 지키다 난데없이 천사들을 본 목동들과 함께 찾아가 갓난아기를 보고 오는 식의 자정미사도 좋겠고, 먼 데서 별 따라 왔다는 동방박사들 따라가서 예배를 드리듯 영유아원에 봉투 하나나 분유 한 통이나 기저귀 한 박스 들고 찾아가도 좋겠다.


그럭저럭 베틀레헴에서 마흔 날을 지내고서 아길 안고 성전에 찾아갔던 아기엄마. 시메온이라는 늙은이가 아기 운세를 짚어준다면서 하던 말.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 까닭인 즉 예수님만 만나면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나고 만다는 것이었다. 아기를 찾아보고 예를 올리겠다더니 베틀레헴에 공수부대를 보내서 그 일대 아기 예수와 생일이 비슷한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학살해 버린 헤로데의 화려한 휴가가 바로 그랬다.


교회는 자기 안에서 나와 변두리로 가야 합니다. 아니면 교회는 탈이 납니다. 교회가 거리로 나가면 여러 [정치] 사건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말, 성당에서 듣기 거북하다는 교우들, 하필 그게 새 교황님 말씀이라니... “사회교리라는 말에도 속이 불편한데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라는 소리마저 들리니 내 속마음을 어찌 감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