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11.12]



어쩌다 평신도 주일이 왜 생겼을까?

 

교회 달력을 보면 성소주일, 농민주일, 군인주일, 전교주일, 인권주일 등으로 하루쯤 뭔가 생각하라는 이름이 붙은 주일이 12번이다. 13억에 육박하는 가톨릭신자들 가운데 평신도아닌 성직자는 100여 만 명에 불과한데 왜 굳이 평신도 주일이 생겼을까? 어린이들이 푸대접 받던 시절에 어린이날이 생긴 것처럼, 평신도들이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제 몫을 안 하니까 평신도들이여, 정신 차려 제 몫을 하라!”고 평신도주일이 생긴 것 아닐까?


21세기 들어오면서 교회는 사회복에 명운을 걸었다. “사회에서 정의와 사랑의 의무를 인식하고 완수하는 임무는 평신도들에게 속한다. 평신도들은 이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교회의 세속 임무를 완수한다.”(사회교리 83)라는 내용이다. 새 교황님도 신자들에게 교회 밖으로, 여러분의 현장으로 나가라!”는 말씀을 거듭하신다. 그런데 평신도들이 정의와 인권, 민주와 민족화해에 나 몰라라 하면 하는 수 없이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정의구현에 앞장서게 된다.


서울 어느 성당에서는 신자들의 기도에서 북한에 저주를 퍼붓던 청년에게 신부님이 기도는 누구를 저주하는 법이 아니라고 가르쳤다가 청년의 모친으로부터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신부님, 이북 가서 사시구려!” 라는 욕을 먹었다. 마산교구의 어느 본당에서는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의 복지를 공약했으면 박대통령이 약속을 지켰어야 옳지 않느냐?”는 언급을 했다가 사제가 신자한테서 이 성당 니꺼가? 함부로 그럴 소릴 하게?”하는 소리를 들었단다.


쌍용차의 수 천 명 부당한 해고노동자를 편들어 길거리 미사를 드리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부당하다고 나서는 사제들에게 평신도협의회 소속임을 밝히면서 교우들이 실명으로 종북 좌파 신부들 옷 벗어라!”는 투의 대형광고를 냈다. 4대강 공사가 결국 4대강을 망쳤음이 만천하에 벌써 드러난 지금, 4대강 공사를 반대한 주교님들의 성명에 성당 가기 무섭소. 왜 교회가 정치에 개입합니까?”라는 항의 광고를 냈던 평신도들은 무슨 심경일까?


평신도 주일은 교회 안에서 성직자 몫을 얼마나 대신할까 궁리하는 주일이 아니고 가정과 직장, 사회와 정치에서 교회의 세속 임무를 어떻게 완수할까 고민하는 주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