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10.6]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오?”

 

“‘절라디언들 전부 씨족을 멸해야 한다등의 표현으로 광주시민과 호남 출신 인사를 비하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의 심리전에 넘어간 광주인들등으로 표현한 아이디(ID) ‘좌익효수의 사용자가 검찰 수사 결과 국가정보원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일보가 2일 보도했다.” 한 달 전 신문에 난 짤막한 기사다. 네로 황제만큼 많은 로마 시민을 학살한 칼리굴라 황제가 남긴 유명한 말이 저 공무원의 소원이리라. “로마국민 전부가 모가지 하나라면 참 좋겠는데(단 칼에 베어버리게).”


이와 달리 대구 출신 소설가 우광훈의 너무나 안전했던 대구라는 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광주시민들이 흘린 무고한 피의 진한 내음과, 고막을 찢을 듯한 절규의 함성이 너무나 생생하게 밀려들고... 그 흉포한 권력의 정점들이 단지 대구 경북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대구사람이라는] 자만의 언어를 잃어버려야 했다.”


전라도 사람들 씨를 말려야 한다.”는 이런 욕설이 우리 신앙과 연관 있을까 없을까? 초막절에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에 올라온 예수님 인기와 가르침이 청중을 사로잡자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파들의 당정회의는 예수를 무조건 죽여 없애기로 결정한다.


회의석상에서 유일하게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반론을 폈다. “우리 율법에는 먼저 본인의 말을 들어 보고 또 그가 하는 일을 알아보고 난 뒤에야, 그 사람을 심판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니코데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린 한 마디.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연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요한 7,52). 우리가 구세주로 섬기는 분을 십자가에 처형한 것은 지역감정이었다!


어느 철학자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된 저 사람과 소설가 우광훈의 한 마디씩이 그냥 입으로 내뱉는 배설물이 아니고 누에고치마냥 그의 사람됨을 지어가는 건축이며, 신앙인들은, 갈릴래아 사람 예수의 사건으로 미루어, 둘 중의 어느 말마디에 맞장구치느냐에 따라 하느님 앞에서 자기의 구원과 멸망이 좌우된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


한 걸음 나가서, 지난 97(토요일) 시리아의 평화를 위하여 모든 가톨릭신자가 단식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당부가 있었다. 지난 3년간 시리아에서 무고하게 죽은 10만 명의 피가 우리 위로 쏟아지지 않게 하려는 교황님의 호소였는데 나는 그런 당부가 있었다는 소식이라도 들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