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5.19]


하늘에서 불을 내려 확 살라 버릴까요?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관광객 여권에 최근 아랍 국가를 방문한 스탬프가 찍혀 있으면 입국심사에 걸리곤 했었다. 예수님 시대도 비슷했다. 복음에는 예수님 일행이 갈릴레아에서 예루살렘에 가던 길에 사마리아 마을에서 하룻밤 묵으려다 쫓겨난 얘기가 나온다.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우리 영호남처럼 서로 척진 사이여서 그분 일행이 예루살렘 간다니까 유대인이라고 숙박을 거절한 것이다


야고보와 요한이 화가 나서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릴까요?” 하고 여쭙는다. 우리가 읽는 성경에는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고만 하는데 너희가 무슨 얼로 사는지를 너희는 알지 못하고 있다.”고 꾸짖으신 것으로 나오는 성서사본도 있다(루카 9,51-56).


명색이 신앙인인 나는 과연 지금 무슨 얼로 살고 있을까? 나는 주변에 무슨 불을 지르고 있을까? 오늘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은”(사도행전 2,3) 성령의 불, 예수님이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하시던 사랑의 불, 요한 사도가 저자들에게 불을 확 싸질러 버릴까요?”하던 증오의 불.... 내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어느 것일까?


지난 대선 때 정치가들이 문재인맨”, “안철수맨”, “박근혜맨으로 줄을 섰다. 세례를 받으면 사람들이 우리를 그리스도맨”(그리스도)이라고 부른다. 예수님 뒤에 줄섰고 예수님의 얼로 살아간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내가 과연 예수님의 얼(성령)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예컨대, 온 세상 이치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데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루카 6,27)라는 가르침은 참 귀에 설다. 중국까지 포함해서 국제사회 전부가 대북제재에 열을 올리는 요즘에 북한의 태도변화를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돌아갈 인도적 지원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다수 신자들에게도 엉뚱한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엄연히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2007(18) 주교황청외교단에 하신 말씀인데도? 성령의 불길이 아니고는 이런 사회교리가 얼마나 알아듣기도 공감하기도 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