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게시판에 실리는 글은 마산교구 주보 『가톨릭마산』의 "가톨릭칼럼"에 실어온 짧은 단상들을 옮긴 것입니다. -필자 성염

                                                                                                                     

                                                                        (가톨릭마산 2013.3.31)

 

왜 온 인류가 굴뚝을 쳐다보았을까?


                        성염 (전주교황청한국대사. 함양본당 문정공소 거주)

 

지난 두 달 동안 우리는 가톨릭신자가 된 보람을 뿌듯이 누렸다. 우리 설날이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돌연한 사임부터 베드로의 266대 후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취임하시던 319일까지 인류의 눈이 온통 바티칸으로 쏠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번 일반알현은 언론인들과 가졌는데 교황선거 취재차 로마에 와 있던 언론인이 무려 6000명이었다!


새로 선출된 분이 첫 번 인사에서 자기를 한번도 교황(Papa)’이라 부르지 않고 로마의 주교라고만 부른 호칭은 향후 교회일치운동에 좋은 조짐이다. 로마와 전 세계에 강복을 내리기 전에 바티칸 광장에 모인 가톨릭신자들과 TV를 지켜보고 있을 지구상의 모든 시청자에게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자기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던 모습은 신앙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교황님의 취임사에서 우리 삶에 그리스도를 모십시다. 타인들을 지켜줍시다. 창조계를 지켜나갑시다.”라는 호소는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택한 이유를 드러낸다.


그러면 인류사회가 왜 시스티나 지붕의 굴뚝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군사력과 경제력이 세계를 지배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호혜주의(互惠主義)’라고도 한다), 또는 돈 놓고 돈 먹기“(‘신자유주의라고도 불린다)의 정글 속에서 전혀 다른 소리가 바티칸에서 울려나오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자.


바티칸은 걸프전(1991)을 강경한 태도로 단죄하였다, “전쟁을 국가 간의 분쟁과 충돌을 종식시키는 수단으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유엔의 결정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것임에도 요한바오로 2세는 엄격하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단죄하였다. 교황 홀로 서구 전체를 상대로 전쟁에 반대하며 맞섰다.


또 알카에다의 9.11 뉴욕 테러 이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2002320,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되었을 때 늙은 교황은 하느님 앞에서, 자기의 양심 앞에서, 그리고 역사 앞에서 중대한 책임을 지라고 외쳤다. 부활하신 주님께 평화인사를 받으며 우리가 부드러움과 사랑의 시선으로 희망의 지평을 열자는 새 교황님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까닭도 역대 교황님들의 저런 용기를 목격하였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