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4.14]


호숫가의 숯불구이

 

오늘 복음을 읽는 이들은 예수님의 생애(지금은 부활 후)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면에 미소를 지을 게다. 오늘 새벽녘 호숫가에서 주님을 찾아뵈었더니만 웬걸,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 밤새워 그물질하느라 고생했겠다며 주님이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신다. 예루살렘도 겟세마니도 골고타도 다 잊고 평화로온 갈릴레아 호수를 바라다보며 부활하신 스승님과 맘 고생한 제자들의 오붓한 숯불구이 파티라니!


필자가 2006년 성지를 순례하던 길에 이 호숫가 어느 마을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주문한 적 있었다. “성베드로의 고기라는 생선이었는데 뼈만 드세고 맛이 별로다.”라고 불평하자 식당 주인은 예수님이 제자들 시켜 (오늘 복음에서처럼) 싹쓸이를 하신 탓으로 그나마도 귀해졌다.”면서 껄껄 웃었다


서른 살까지 홀어머니 모시고 그 호숫가에서 목수일을 하셨고 제자들도 호수에서 고기 잡으며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이었고 참된 행복을 비롯한 많은 설교와 기적도 그 호숫가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나자렛 사람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에 한 번 더 내 고향 남쪽바다 그 잔잔한 물을 둘러보고 싶으셨을 게다.


새와 물고기한테 강론을 하고 구비오의 늑대를 다스리며 형님인 해와 누님인 달에게 찬가를 바친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새 교황님. 주님의 저 마음을 헤아려 취임미사에서 우리에게 호소하셨다. “우리는 창조계의 지킴이올시다. 하느님의 선물인 환경을 지키세요. 우리 세대가 지나가면서 파괴와 죽음의 흔적을 남기지 맙시다. 이것이 로마 주교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교황님 음성이 한반도에 이르면서 무분별한 4대강사업을 경고하신 우리 주교단의 메시지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시는 강우일 주교님의 음성으로, 밀양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는 사제들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