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4.7.]


교황은 다리 놓는 사람

 

프란치스코 새 교황님이 주교황청 외교관들과 가진 첫 만남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하신 말씀이 있다. “‘교황(pontifex)’이라는 말이 다리 놓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저희가 만민 사이에 대화의 다리를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마다 타인과 타국민을 경쟁하는 원수처럼 여기지 말고 얼싸안을 형제간으로 여기면 좋겠습니다.”


필자가 현지에서 근무하던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교황청 국무원장(총리)에게 기자들이 몰려 왔다. “북한이 유엔의 권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자행하였는데 바티칸은 북한 제재에 어떻게 동참할 것입니까?” 그 질문에 대한 추기경의 답변. “이런 사태에서도 어떻게 하면 평화로이 분쟁을 풀어갈까를 논의하는 곳이지 바티칸은 제재를 논의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 무렵 바티칸에 일본대사가 새로 부임하였다. 일본은 그때 대북식량원조를 중단했고 지금까지도 제일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쌀 한 톨 안 보내는 나라다. 교황은 그 때 그 대사를 통해서 일본국민에게 호소하였다. “저는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북한에 있는 백성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추구하고 강화할 것을 요청합니다. 갑작스런 중단이 시민들에게 참으로 심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30년전인 1983년 한반도를 처음 방문한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김포공항에 내려 맨 처음 한 일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흙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피로 거룩해진 땅이라고 하던 말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어느 국가 원수도 우리 땅에 무릎 꿇고 입 맞추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다시 열을 올리고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자는 호전주의자들이 설치는 요즈음, 부활하신 주님의 입에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인사를 오늘 받는 신앙인들이 바티칸을 바라보고 남북한 사이에 대화와 화해의 다리를 놓는 평화의 사도가 되고 싶어지는 까닭은 한반도가 핵전쟁으로 살아남은 자들이 죽은 자들을 부러워하는저주받은 땅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