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4.4.20]

                 

부활 시기 없이 사순 시기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


엊저녁 성토요일 전례 도중 제단과 종각의 종이 요란하게 울리고 성가대가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거듭하던 순간, 살아나신 주님을 무덤가에서 뵙고 선생니임~” 하면서 얼싸 안던 막달라 마리아의 기쁨이 가슴에 와 닿던 교우가 있었을까? 오늘도 우리는 그냥 주일이어서 미사에 왔고, 와서 보니 제단이 화려하고 알렐루야!”가 울려 , 오늘이 부활절이네.” 했을 듯. 왜 성당은 오늘 같은 날도 조용하고 엄숙할 뿐 기쁨의 활기가 안 느껴질까?


8월에 방한할 교황님의 첫 회칙은 복음의 기쁨이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우게 하는 일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이라는 글귀로 시작된다[복음의 기쁨 1]. 그리스도인은 이웃에게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14]이라고도 한다.


열린 마음이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다른 이들에게서 도망치고, 숨고, 나누는 것도 주는 것도 거부하고, 자신의 안위에 갇혀 있다면, 그러한 삶은 서서히 이루어지는 자살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272]라는 타이름도 있다. 오늘날 세상의 가장 큰 위험은 개인주의,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는 신심이라는 꾸지람도 나온다. [2]


정작 교황님은 우리더러 교회 밖으로 나가라!”,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가 올바로 돌아가는지 눈을 부릅뜨고 앞장서라고, 대한민국의 가난하고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의 신음과 통곡에 귀 기울이라고 명령하신다. 38선 너머 굶주린 동포를 걱정하는 눈이 없으면, 지구상에서 매일 10만 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현실에 무관심하고(교황님은 세계화된 무관심이라고 부르신다)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으면 그런 신앙은 하느님이 없는 종교적 겉치레 밑에 감춘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라고 질책하신다[97].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관 않고 신심생활에만 마음 쏟는 신앙인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 시기 없이 사순 시기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6] 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신자들을 가르치는 성직자는 장례식에서 막 돌아온 사람[10]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한탄하신다. 그렇다면 오늘 부활대축일에 봉독된 복음의 기쁨을 우리 이웃이 우리 얼굴에서 발견하겠는가?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1코린 15,19)라는 진지한 고백을 우리한테서 전해 받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