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4.3.9]


사법살인의 추억


전 세계 모든 성당과 교회당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되새기는 사법살인의 추억이 있다. 가톨릭 12, 개신교와 정교회까지 합쳐 20억 명의 인류가 주일마다 미사와 예배에서 다 함께 합송하는 살인의 추억”이.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서기30년경 팔레스티나에 파견됐던 로마총독 본시오 빌라도는 사법살인자로서 그 이름이 잊히지 않고 거명될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날까지.


197548, 대법원(판사: 민복기, 민문기, 양병수, 양병호, 한환진, 주재황, 임항준)이 소위 인혁당 사건주모자 8명에게 사형언도를 내렸고 18시간 안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사법살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33년만인 2007123일에 그 사건이 재심되고 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당시의 중앙정보부(신직수 부장)와 검찰(김치열 총장)의 조작으로 판명이 났다. 이 사법살인 주역 가운데 상당수가 가톨릭신자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국민 1000만 명이 관람한 영화 변호인에서 다루어진 소위 부림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임이 최근의 판결(2014.2.13.)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담당했던 교우 판사가 요즘에는 사제단의 시국미사를 훼방하러 다니는 신자단체의 선봉에 나섰고, 자기가 부림 사건혐의자들에게 내린 판결이 너무 가벼웠다는 투로 말을 하였다.


얼마 전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1심 판결이 나왔다. 상식인의 눈에도, 얘기의 전말로도, 세월이 흐르면 이 사건의 공소와 판결도 사법살인의 아류로 확인될 가능성이 너무 커서 신앙인으로서는 평가를 내리기 참 조심스럽다. 민족화해와 통일, 민주주의와 인권, 노동자의 권리와 참 교육을 외쳐온 사람들은, 주교도 사제까지도 빨갱이라고 보도되어 왔고, 조작으로 고문당하고 투옥당하고 사형 당해온 지난 60년 역사를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세주로 모시는 예수님이 무죄함을 뻔히 알면서도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다고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그러자 온 백성이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마태 27,24-25) 그 사법살인을 온 인류가 기억하고 있다.


주변 발전소 하나의 고장만으로도, 북한의 오판 하나로도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음을 신앙인들만은 알기 때문에, 무죄하더라도 죽여만 주면 그 피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책임지겠다고 하느님께 함부로 말씀드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