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12.29]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

 

필자는 지난달 28일 새벽에 교황님의 경당 미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미사 드리는 교황님의 얼굴과 목소리에 깊은 피로가 깃든 것은 전날 수요일 일반알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사 후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교황님의 손을 붙잡고 세계유일의 분단국 우리나라를 기억해 주십사 부탁드리자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오.”라고 답하셨다. 필자의 손주들 얘기를 하자 교황님은 두 번의 십자성호를 그어주셨는데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오형오제(惡兄惡弟)”로 조롱받는 남북한에 주시는 축복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1124) 교황님은 가난한 이들을 편드는 정의구현이야말로 신앙인에게는 복음의 기쁨이라고 하셨는데 전 세계 극우세력으로부터 마르크스주의자”(빨갱이)라는 욕설이 돌아왔다. 미국의 타임지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올해의 인물로 뽑자 뉴스위크는 교황은 사회주의자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어제가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축일이었다. 수천 년 기다리던 메시아가 오셨다고 좋아라며 순진한 목동들과 동방박사들은 거리를 상관 않고 달려와서 경배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라고 약속한 헤로데는 특전단을 이끌고 와서 베틀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두 장의 성탄카드가 어쩌면 그리도 달랐을까?


성탄 후 성전에서 아기를 안고 아기 신수를 점쳐주던 시므온 노인의 예언대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1세기의 교회는 밖으로 나가는 교회라고 하시자, 우리 주변에서도 우린 마음의 평화를 달라는 것뿐이오(= 우리가 잡은 정권에 왈가왈부 마시오).”라는 반발도 일어나고 있다. 사회교리가 무서운 까닭은 그 교리 앞에서 마음속 생각을 못 숨긴다는 데에 있다. 교황님은 사회교리가 교회의 성전(聖傳)이고 교황의 예언직(豫言職)이라고 설파하시지만, 그 교리가국가권력의 불법적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축소라는 문자로 바뀌어 우리에게 손가락이 향하면 그 말을 하는 이들에게 종북사제”, “종북주교라는 욕설도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며칠 전 스페인광장에서 교황님을 만난 어느 수녀님의 전언. ‘갑자기 제게 다가 오셨는데 그분 눈이 얼마나 맑으셨는지 저는 펑펑 눈물을 쏟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교황님이 제게 나지막히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하시더라구요.” 정말 교황님을 위해 기도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