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11.3]


구원의 방주인가? “세상의 소금인가?

 

우리 인류가 탄 배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지구의 종말을 밤12시로 잡는다면 지금 시침은 1155분경을 지나는 중이라면서 지구가 침몰하고 있어요! 갑판으로 올라오세요!”라고 고래고래 소리들을 지르는데 우리는 여전히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면서”(마태 24,38-39) 선실에서 들은 척도 않는다. 그렇게 외치는 고함 중에는 우리가 몸담은 가톨릭교회 수장의 음성이 요즘 유난히 크게 들린다.


우리 어렸을 적에 수녀님들이 천주교 요리강령이라는 그림책까지 벽에 걸어놓고 가르치던 바에 의하면, 교회는 구원의 방주였다. 마귀가 떼거리로 울부짖는 세속의 바다를 교황님이 선장, 주교님들은 갑판장, 본당신부님들은 선원을 하며 항해중이다. 배에서 떨어지지만 않으면 우린 구원의 포구에 무사히 도달한다. “, 우리는[우리만] 살았다!”는 안도감!


그런데 새 교황님은 우리더러 성당에 머뭇거리지 말고 길거리로 나가라!”고 거듭거듭 외치신다. (세속의 밤바다로 무작정 투신하라고?) 교회는 세상의 소금이란다. (난 비린내가 싫어 젓 담그거나 생선 절이는데 쓰이기 싫은데?) 저런 소리에 덩달아서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지금 가깝게는 밀양에서, 멀게는 제주 강정과 서울 대한문 앞에서 뭐라고 부르짖고 있다. 주교님들도 4대강을 두고, 핵발전소 증설을 두고, 용산 철거민과 쌍용 노동자들을 편들어 외치셨다.


구원의 방주 속에 오들오들 웅크리고 사는 편이 좋다는 교우들 일부가 저런 성직자들을 신문에다 종북좌파라는 투로 손가락질했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는 주장에는 내가 지지한 정권이 무슨 짓을 하든 가타부타 말아야 하는데 간섭해서 기분 나쁘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그 손가락질은 결국 주교님들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의 새 교황님에게까지 뻗치는데도....


사회교리란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구원하신 인류의 운명에 보이는 사랑의 관심”(사회교리 8)이란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요한 3,16) 외아들마저 내주셨으므로 그 외아들을 구세주로 받드는 사람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시장과 회사에서, 투표와 정치에서 발버둥친다, 우리만 말고 온 세상도 함께 살리려는 사랑의 관심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