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3.7.28]

 

하느님의 에로스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아들이 차마 굶어죽기 뭣해서 집으로 돌아올 적에 과연 무슨 기대를 품고 있었을까? “뼈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고 골방에 갇혀 몇 끼니 굶고 나면 아버지 몰래 어머니라도, 하다못해 식은 밥이라도 주겠지정도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맨발로 달려와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고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상을 차리자 작은아들은 어리둥절해서 이 영감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라고 했을 법한데...


필자가 사는 함양에서 군대 두 번 갔다 온 사람 얘기를 들었다. 남의 집 머슴 살다 주인댁 두 도련님을 대신에서 두 번이나 군대 갔단다, 6.25 직후 일이란다. 그게 세상 이치다. 그럼 머슴들을 구하려고 외아들을 내놓은 아버지 하느님의 어처구니없는사랑은 뭐라고 부를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냥 하느님의 에로스라고 했다.


야훼께서 당신 선민과 혼인 같은 계약을 맺으신다. 당신만을 섬기면 언제든 구원해 주시마고.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도 우상숭배의 서방질을 하는 바람에 구약도 십계명도 아무 소용없어지자 하느님은 우리에게 예수는 주님이시다.” 한 마디면 다 용서하고 다 구원하시겠다면서 계약 내용을 바꾸셨다. 당신 피조물에게 쏟는 하느님의 이 헤픈사랑을 뭐라고 부를까? 니사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이런 사랑은 아가페라기보다 차라리 에로스라고 했다.


에드워드 8세가 이혼녀 심프손 부인을 사랑하여 대영제국의 왕위를 버린 사건도 있지만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신예수님의 대책 없는사랑은 뭐라고 부를까?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은 이 사건에 하도 기가 막혀 나의 에로스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고 토로하였다.


그래서 하느님 아들이 살과 피를 지니고 태어나신 이래로 하느님의 사랑은 모조리 에로스가 되고 말았으므로 결혼하는 남녀 인간이 구원받을 유일한 길 또한 에로스가 되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