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들과 함께 드리는 로사리오

내 이름으로 아이 한 명을 받아들이면...”(환희의 신비 2)

  [가톨릭마산 2014.11.30


내가 단봇짐을 들고 어머니에게 쫓겨나다시피 나자렛을 떠나온 것이 석달 전. 갈수록 불러오는 배에 동네 사람들한테 낯부끄러우니 우선 사촌 언니한테 가 있으면서 산후 수발이나 하라는 말씀이었다. 그 집에서 시중드는 틈틈이 나는 싸리울타리 너머로 한길을 우두커니 내려다보곤 했단다. 나자렛에서 삯심부름꾼이라도 오지 않나, 행여 요셉이 나귀 몰고 날 데리러오지 않나 해서였다.


그간에 어머니가 요셉을 만나서 속사정을 얘기하였을까? “천사”, “높으신 분의 아드님”, “성령이 감싸 주시고...” 내 임신을 두고 이런 변명을 세상 어떤 남자가 믿어 주겠니? 그 착하디착한 요셉이 설령 나를 거두어 준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바라볼 적마다 굳어질 그의 얼굴을 무슨 염치로 견뎌낸단 말이니?


정말 시댁과 친정의 환영 없이, 더구나 아기 아빠도 없이 여자가 한 생명을 낳아 기르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힘들지 알겠더라. 하지만 여인아,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다.” 우리 여자들에게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가 하느님이 정하신 때가 되어 세상에 보내신 생명들이다. 아길 낳아보니까 우리 구원은 우리가 낳을 아기에게 달렸더라.


임신한 아기를 과연 낳아야 할지 망설여지고, 자식 하나 키워내는데 얼마나 큰돈이 드는지 아느냐는 푸념이 들리더라도 누구든지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는 말씀에서 힘을 얻어라. 남녀가 서로 사랑하여 생겨나는 생명을 집안과 사회가 따뜻이 받아들이라는 말씀이다.


내가 낳을 아들이 할 일을 나는 잘 예감하고 있었다. 언니 집에서 내가 지어본 그 노래는 너희가 레지오 회합 때마다 '카테나'라며 염송하고 있구나.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엘리사벳 언니가 그 노래를 보더니 기겁했단다. “너 미쳤니? 이런 노래를 지으면 요셉이 널 어쩌기 전에 동네 장로들부터 널 돌로 쳐죽이려 하겠다, .” 하지만 난 그냥 우리 아들이 어찌 되더라도 이 길을 가주었으면 했단다. 좀 심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