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4.11.2]  


십자가는 왜 걸고 다니시오?

                                                           


그리스도교를 일명 십자가의 종교라고 한다. 그리스도교 창시자 나자렛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당하신 사건에서 유래한다. 로마 제국에서 십자가는 주인을 살해한 노예, 제국에 반란을 일으킨 폭도에게 가하는 형벌 도구였고 로마시민은 십자가에 매달지 않았다. 바로 그래서 사도 바울로가 선포하고 다니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었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이었다.”(1코린 1,23)


박해받던 초대교회에서도 십자고상(十字苦像)을 모셔놓고 예배를 보았으므로 박해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당나귀 대가리를 모셔놓고 예배한다는 소문을 퍼드렸다. 하지만 지금도 성당마다 꼭대기에 십자가를 세우고 신자들 집에는 방방이 걸어 둔다. 십자가를 왜 걸어놓는가? 쳐다보라고! 하느님의 아드님한테 하느님을 모독한 죄를 씌워서 죽여 없앤 종교인들의 행악을 상기하라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학살과 기아를 바라보라고! 한반도의 산언덕마다 무죄한 사람들이 줄줄이 매달려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는 죄악상을 똑바로 보라고!


십자가를 목걸이로 걸고 다니는 여교우들 역시 가슴골에 달랑거리는 금붙이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고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1코린 1,18)이라는 믿음을 남들에게 보이기 위함이리라.


세월호는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거기에는 수백 명 무고한 아이들을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 수장시켜 버린 자들의 끔찍스런 죄악이 담겨 있고, 그러한 만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지지하거나 그들의 악행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이들의 죄악이 담겨 있고, 가족을 잃고 비탄에 잠겨 있는 이들을 위로해주기는커녕 그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이들의 죄악이 담겨 있고, 이런 현실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무관심이라는 죄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달 대전 주교좌성당에서 젊은 사제가 행한 저 강론이 나이 든 우리 귀에 거슬린다면, 아마도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꾸짖으신 웰빙 종교신봉자들임에 틀림없다. 자기 사생활의 안락함 속으로 달아나며 복음의 현실적인 사회적 측면을 포기하려는 사람들, 육신도 없고 십자가도 없는 순전히 영적인 그리스도를 원하는 사람들(복음의 기쁨 88) 말이다.


세월호라는, 2014년도 한국의 십자가라는 이 걸림돌은 어쩌면 우리 신앙과 우리 삶이 하나로 이어지는지 아닌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그리고 주님의 경고대로, 그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부서지고, 그 돌에 맞는 자는 누구나 으스러질 것이다.”(마태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