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마산 2014.7.27]


무엇이 9시 뉴스가 되고 있는가?”


                                                                           


교황청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교황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며칠 전(7.14) 내놓은 발표다. 교황 방한이 결정되고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공중파 3사를 비롯해 국내 지배적 신문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자와 정의를 강조해 온 교황의 메시지는 터부처럼 묵살하고 하얀 복장을 한 노인의 환한 미소와 토픽 꺼리나 보도하는 행태를 교황청이 감지했다는 말이다.


다국적 기업이 지금 전 세계를 장악하고 몇몇 대기업이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사람을 죽이는 경제라고 단언한 교황님은, 신앙인들마저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이고.. 돈이라는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 냈으며... 새롭고도 무자비한 경제 독재에 맹종한다고 질타하신다(복음의 기쁨 55). 그러면서 우리가 하느님보다 돈을 섬기는 우상숭배자인지 아닌지 드러내는 가장 극명한 표시를 무엇이 9시 뉴스(또는 조간신문 머릿기사)가 되는가?”에서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하신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53).


예를 들자. 최근 브라질 월드컵 경기에 저녁 9시 뉴스의 30분을 할애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나 국정조사나 특별법 제정을 줄곧 외면해 오던 방송 신문들이 어느 날 난데없이 세월호 유가족이 보상금으로 떼돈을 벌고 생존학생들이 무시험으로 서울대에 들어간다는 식으로 조롱 섞인 뉴스를 내보냈다. 자식의 시신을 안고 몸부림치던 유가족들에게 시체장사하지 마라!”고 저주하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낸 언론보도 앞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아무렇지도 않았고 심지어 말이야 옳은 말씀!”이라고 동조까지 했다면?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가장 뚜렷한 효과를 교황님은 무관심의 세계화라고 했고 이태석 신부님은 공인된 무관심이라고 부르셨다. ‘화인(火印) 맞은 양심이라고 일컫는 이 증세는, 내 주먹에 쥔 재물을 지켜주고 불려줄 권력과 한 마음 한 뜻이 된 탓으로, 눈앞에서 가라앉는 배는 한낱 구경거리요 자식 잃은 저 유가족의 통곡은 귀에 거슬리는 소란으로 들릴 게다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에 여러분도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전 인류에게 호소하신 교황님은 방한 중에 그 유가족들을 만나보신단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가 프란치스코 교황님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지 드러내는 시금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