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2014.6.29]


정치는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

 

총리 후보 두 사람을 두고 한참 시끄러웠다. 도대체 언론인이나 정치가들은 왜 저런 친일매국적 발언을 하고서도 내가 왜?”라며 철면피하게 버티는지 의아해 하는 교우들이 있는가 하면 정치라는 것은 역시 진흙탕의 개판 싸움이라고 한탄하는 교우들도 있다. 과연 정치는 진흙탕의 개판싸움이고 신앙인은 정치에서 멀찌감치 서 있어야 할까?


8월에 방한하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정치는, 흔히 폄하되기는 하지만,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입니다.”라고 하셨다(복음의 기쁨 205). 정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매우 숭고한 소명이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면서 교황께서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 둘을 정치가들에게, 정치가들을 선출하는 국민들에게, 투표하러 가는 가톨릭신자들에게 주문하신다. 첫째는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이고 둘째는 사회적 대화입니다(185).


신자유주의 경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커다란 케이크는 기업인 혼자서 못 먹고 국민도 얻어먹게 마련이라는 낙수효과이론에, 술을 부어도부어도 잔이 커지기만 하면 국민이 얻어먹을 게 없다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으셨듯이, 국가는 당구공처럼 완전한 구체처럼 사상과 충성이 균일한 사람들로만 구성하고 진보나 좌익은 다 잘라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교황께서는 국가란 울퉁불퉁한 감자나 모나고 찌그러진 돌멩이여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내놓으신다.


국가 사회에 대한 우리의 모델은 구체(球體)가 아닙니다. 구체는 모든 점이 중심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으며 그 점들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없습니다. 그 대신에, 우리의 모델은 다면체(多面體)입니다. 다면체는 모든 부분의 집합이고, 각 부분은 그 고유성을 간직합니다. 거기에는 가난한 이들과 그들의 문화, 그들의 열망, 그들의 잠재력을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236)


저런 가르침을 내리는 프란치스코를 교황으로 받드는 신앙인이라면, 진보정당을 내란음모사건으로 걸어 기소하고 단죄하고 해산시키려는 정치를 두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단정해 버리는 행정을 두고, 선거부정을 지탄하는 성직자들과 수녀들을 종북좌파라고 서슴없이 욕하는 언론을 두고 하느님 앞에 성찰할 바가 없지 않으리라.


교황님의 말씀을 읽어 내려가면, 이런 편향적인 언행과 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우상숭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따라서 신앙인들은 진실하고 효과적인 대화를 나누어 이 세상에서 악의 외양만이 아니라 가장 깊은 악의 뿌리를 치유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보내 주시도록 하느님께 간청(205)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