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마산 2014.5.4]


왜 하필 갈릴래아, 갈릴래아?


복음서들을 읽어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의 맨 처음 육성 발언이 당신한테 성묘하러 오던 여자들에게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하시던 말씀이다. 심지어 수난 전에도 예수님은 나는 되살아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마르 14,28)라고 예고하셨고, 예수님 무덤에 발현한 천사들도 같은 말을 했다(마태 28,7; 마르 16,7; 루카 24,6). 왜 거듭거듭 갈릴래아타령일까?


예수님은 그야말로 출신지 땜에 망한(?) 분이다. 예수님의 기막힌 설교와 기적을 보고서도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 못한 이유가 갈릴래아 출신이었기 때문이다(이 말씀을 들은 군중 가운데 어떤 이들은 저분은 메시아시다.’ 하고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하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요한 7,40-41).


죄가 있든 없든 예수를 우선 잡아 죽이고 보자는 예루살렘 당정협의회에 항의발언(우리 율법에는 먼저 본인의 말을 들어 보고 또 그가 하는 일을 알아보고 난 뒤에야, 그 사람을 심판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을 했던 니코데모의 코를 납작하게 뭉개버린 것도 예수님 출신지였다(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연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 요한 7,51-52).


지역감정의 피해를 그렇게 톡톡히 보신 분이 부활하고서도 굳이 갈릴래아에서만 당신을 만날 수 있다고 고집하신 이유가 뭘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답을 내놓으셨다. 가난한 이들을 위하는 가난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을 향해서 나아감으로써 비롯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의 살을 향해서 나아간다면 뭔가를 깨닫기 시작할 것입니다.”  (2013. 5.18.)


가난은 가난한 그리스도의 살을 만져봐야 배웁니다. 비천한 사람들에게서,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병든 사람들에게서, 어린이들에게서 가난한 그리스도의 살을 만져봐야 합니다.”(2013.5.8.)


예수님에게 갈릴래아는 가난하고 차별당하고 주는 것 없이 미움 받고 씨를 말려야 한다고 욕먹는 집단을 상징하였다. 남한 땅 신앙인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소외당하고 경제적으로 차별당하고 사회적으로 미움 받는 지역과 그곳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살이고, 그 살을 만져 봐야만 그들이 겪는 가난과 고통을 배우기로 정해져 있다. 우리가 한반도의 갈릴래아로 가야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뵐 수 있는 까닭은, 부활하신 주님이 갈릴래아 출신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