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사에 녹아있는 사회복음]

                                              (가톨릭마산 2015.12.27) 


가정은 구원과 멸망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혼인 ]


서양에서는 부부를 소개할 적에 아무개의 consort입니다.’라는 말을 쓴다. ‘운명’(sors)'함께 한다'(con-)는 뜻이다. 성요한바오로 2세 교황(1981)의 가정회칙도 원제목이 가정이라는 공동운명이라고 되어 있다. 저 문서에는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부부간도, 부모자식 간도 현세의 행불행은 물론 영원한 구원과 영원한 멸망을 함께한다는 지혜가 들어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을 사랑하신다.”라는 계시의 중추적 말씀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애를 표현하는 구체적 언행에서 맨 먼저 선포되고 자녀들에게도 전달되는 까닭에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만나 그냥 살게 버려두지 않으시고 하느님 친히 혼인을 성사로 제정하시고 교회가 가정들을 돌보게 맡기신다. 배신하는 부부는 한 이불속에서도 독사떼를 이루고, ‘주는 마음을 주지 못하는 엄마는 자식에게서 자칫 영원한 구원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서울 어느 중학교 학부모들과 이웃주민들이 학교구내에 발달장애인직업센터가 들어섬을 결사반대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떴다. 그 자리에서 유난히 목청을 높인 학부모들이 천주교신자였다면, 그 부모가 자녀에게 심어줄 가치관은 개인적 집단적 이기심뿐이리라. 자녀들의 팔이 안쪽으로만 굽지 않고 바깥으로 펴고, 교황님이 가르치시는 사회복음을 몸에 익히는 곳도, 성당 아닌 가정이다.


남녀가 부부로 맺어져 서로를 아끼고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혼인생활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하신 자기 비움을 어렴풋 체득케 한다. 아내라는 여인은 성애, 임신, 출산과 육아에서 세상을 만드시고 참 좋다!’고 하신 경이감을 하느님과 나눈다. 자녀들은 가정교회라는 보금자리에서 영원에 눈 뜨고 이타적 사랑, 자기희생을 체험하고 배워 형제끼리 나누는 우애, 늙고 병든 부모를 섬기는 효성, 가난한 이웃이나 학교에서 만나는 장애우들에 대한 동정심을 익힌다.


며칠 전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한 국제사회는 기후, , 자원이 가난한 국가와 국민들을 포함한 인류의 공동재산임을 인정했고, 대자연과 지구상의 자원을 우리 세대만 아니라 후세대와도 나눠누리기로 합의하였다. 국가이기주의 때문에 합의문 체결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사국 지도자들에 직접 전화하고 호소함으로써 최종문서가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