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사에 녹아있는 사회복음)


                                           [가톨릭마산 2015.12.13]


           에로스 하느님의 성사 [혼인성사 ])


교회 7성사 가운데 사제는 증인에 불과하고 평신도가 집전하는 성사가 딱 하나 있다. 혼인성사! “신랑신부가 그리스도의 은총의 집전자로서 서로 혼인성사를 준다. 사제는 신랑신부의 합의에 대한 증인이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23).


먹고 마시는 식사를 성찬의 성사로 드높이시는 창조주께서 남녀의 애정과 성생활, 자녀의 출생과 양육, 가정의 모든 희로애락을 성사로 드높이셨다! 에로스이신 하느님께서 그 여정을 함께 걸으시는 까닭은 혼인이 너무도 고귀한 그만큼 힘겹고, 성스러운 그만큼 상처 나기 쉽고, 부부와 자녀의 현세 행복은 물론 영원한 구원을 좌우하는 까닭이다.


인류의 첫 조상이 지상에서 최초로 입을 연 것은 180억 광년 크기의 우주를 경탄해서도 아니고 낙원의 기화요초와 땅과 물속과 하늘을 채우던 생명들을 감탄해서도 아니었다. “주 하느님께서 사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게 하시어 그를 잠들게 하신 다음,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친절도 하셔라!) 그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시고, 그를 사람에게 데려오시자”, 만물의 영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어 부르짖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1-25)


인류가 만들어온 온갖 조각과 그림, 사랑의 노래와 소설과 영화, 온갖 잡지의 표지와 인터넷에 가득히 떠도는 포르노에는 첫 인간이 영원한 우상에게 발설한 저 감탄사가 깔려 있다! 오죽하면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인간이란 찾는 존재, 여자를 찾아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는 존재라고 정의했을까?(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1) 괴테는 왜 인생과 역사를 성찰하고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간다."(파우스트마지막 줄)는 결론에 이르렀을까?


두 눈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제”(김소월)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영원’, ‘무한’, ‘헌신이라는 낱말을 체득한다. 둘은 오로지 이 사람뿐이라는 배타적이고 결정적인 사랑을 꿈꾼다. 부부의 포옹과 애무와 섹스가 모두 거룩한 일’[聖事]이다.


그래서 혼외정사는 한강에 배 지나가기가 아니라, 나가사키 성당 지붕 위에서 터진 원자탄처럼 사랑과 연민과 행복을 한 순간에 증발시켜 버린다. “지옥은 있다!”는 사실을 서로 체험한다! 고백성사로나 배우자에게서 용서받더라도 한번 깨어진 크리스탈 그릇처럼 본래의 영롱함을 다시는 되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