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들과 함께 드리는 로사리오

[가톨릭마산 2015.3.22]


모든 어미들의 피에타 [고통의 신비 5]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이 해골산 높다랗게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부르는 비명이 내 귀에 울렸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너희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풀지만 내가 알아듣기로 예수 입에서 나온 어찌하여’ (eis ti)무슨 잘못 땜에?’가 아니라 무엇을 얻자고?’였다.


십자가 지고 가던 길목에서 나를 만났을 적에 예수가 한 말이 있다. “어머니, 제가 이렇게 세상을 새로 만듭니다.” 그렇다. 지존의 아들이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죽음을 당한 오늘과 그런 일이 없었던 어제는 생판 딴 세상이다. 예루살렘에는 내일도 해가 뜨고 성전에서는 날마다 제사가 오르고 예수를 죽인 백성의 후손들도 여전히 시집가고 장가가겠지만 이제 너희 인류는 하느님 앞에서 구원을 받은 새 백성이더라. 내 눈에 새 세상이 보인다.


그리고 예수는 용서하더라.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수석사제, 바리사이, 백성들이 뉘우치고 용서를 빌기는커녕 조롱하고 욕하고 있는데도 용서하더라. 아마도 십자가에서 예수는 너희를 가장 사랑했으리라. 아아, 하느님의 외아들을 모욕하고 때리고 고문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짓이 무슨 짓임을 누가 알랴?


십자가 위에서, 세상의 죄악과 하느님 자비가 극적으로 만났을 때... 죽음의 문턱에서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하신 이 말씀을 하고난 다음에야 비로소 예수님께서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머니 없이 걸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기에 우리를 그분께 데려다 주신 것입니다.” 너희 교황 프란치스코가 한 말(복음의 기쁨 285)이지만 참말이다. 내 뱃속에서 나오면서 처음으로 들이쉬던 숨을 그러고서 거두더라.


그래서 지금도 나는 아들의 시체를 안고 다른 이들 안에서 고통 받는 그리스도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내가 너희에게 발현하여 인류의 운명을 걱정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나는 지상의 모든 고통을 겪어본 여자여서, 너희 나라에서 정의를 낳을 때까지 산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모두 안아주고 있다


나의 무릎에는 어미된 너희 모두의 한숨과 눈물과 비명이 안겨 있으니 너희도 한반도의 모든 불의와 거짓과 증오를 품어 안아라. 저 조각가가 새겨 설치한 피에타는 어미가 되어 본 모든 여인의 초상이니라. 너희가 남녀노소 즐겨 염하는 성모송그대로 결국 너희 모두가 내 무릎에서 숨을 거둘 테니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