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한국전쟁 60주년 지리산생명평화 기도회가 2010.6.25(오후 지리산 종교연대 주최로 구례 한겨레 통일문화 재단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다음은 천주교측 기도문으로 필자가 작성하여 발표한 기도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 한반도와 한겨레를 보우하시고 보살피시는 주님주님께서 조상들에게 주신 금수강산에서도 지난 반세기 참으로 서글픈 통곡과 비명이 골골이 서려 있는 지리산 발치에서, 이 겨레의 가장 뼈아픈 수난이었던 한국전쟁이 발발한 60주년을 맞이하여, 주님 대전에 우리의 가슴을 치면서 회개하고 속죄하고 애원합니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이야말로 하느님의 영광이기에, 민족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미쏘의 농간으로 분할 점령되어 남북이 두 나라로 갈라지면서, 제주도에서, 여수-순천에서,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서 무수한 서민들이 군경의 손에 학살당하여 그 피가 하늘에 소리 지르던 비극을 두고 우리는 가슴을 칩니다.  


어떤 이들은 항일투쟁부터 계승한 사회주의 이념으로 한반도 통일과 보다 나은 민중의 삶을 추구하는 명분으로 무장 투쟁을 하다가 전사하였으나, 대다수 희생자는 조상대대로 산비탈을 가꾸며 살아오던 가난한 민중들로서 좌우의 이념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로 국방군과 경찰들의 손에, 때로는 빨치산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이런 학살은 하느님이 가장 혐오하시는 분열과 미움과 살인이라는 범죄였으며, 하느님의 심판은 전쟁이라는 가장 무서운 사건으로 이 겨레 위에 닥쳐 왔고, 이 강산 전체가 초토화하고 수백만이 죽음을 당하고 남북 온 민족이 그 뒤로 수십 년 간 고초를 당해왔습니다.

 

역사의 주님이시여, 겨레의 운명과 죄과를 우리 운명과 죄과로 여겨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하느님과 겨레 앞에서, 특히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후손들 앞에서, 동포 학살자들과 그 집단들을 대신하여 내 탓이요!”라고 가슴을 치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간직하고 미움과 다툼이 있는 이 땅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할 사명을 다시 다짐합니다.

 

오로지 선한 행업과 가르침을 펴시면서 민중적 삶을 살았던 나자렛 사람 예수께서, 반란을 일으킨 정치범으로, 하느님을 모독한 죄인으로 억울하게 십자가에 처형되셨음을 그리스도신자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나자렛 사람의 그토록 수치스럽고 원통한 죽음을 통해서 오히려 그분이 그리스도인들과 만민의 구원자가 되셨다는 사실을 또한 신앙의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리산 주변의 모든 희생자들의 눈물과 신음과 죽음도 나자렛 사람 예수의 구세적 죽음에 합쳐지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전쟁 전후에 이 지리산 능선과 계곡과 자락에 피를 쏟았고 뼈를 묻은 영혼들이, 이 지리산에 깃들어 있는 생명의 기운으로 변하고, 우주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눈으로 살아남은 겨레와 그 운명을 걱정하고 보살펴 왔으며, 한 많은 이 나라의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어 왔으리라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희망이고 믿음입니다.

 

평화의 주님, 그간 남녘땅에서만도 미군정과 이승만 독재, 40년에 긍한 군사독재가 남북간의 대결과 증오를 키워 왔지만, 그 다음에는 6.15 남북정상회담과 양측의 화해 노력으로 평화로운 10년의 세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정치집단은 또다시 긴장과 적대심을 고조시켜, 마치 온 겨레의 운명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가는 일도 불사하는 듯한 정책을 펴고 있음을 우리는 통탄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 지리산의 품에 잠든 영혼들의 기도를 들으시어, 이념으로 갈라져 싸웠던 남과 북이 하나라는 겨레 사랑으로 다시 화해하게 우리를 인도하시고, 이해와 사랑과 식량원조로 서로를 얼싸안게 이끌어 주십시오. 3도에 펼쳐진 저 지리산을 사이에 두고 사는 영남인들과 호남인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동서화합의 기반을 이루게 우리 마음을 움직여 주십시오.


이 자리에 모인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심고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펴는사도가 되어, 다시는 주님의 심판이 전쟁의 참화로 이 겨레 위에 쏟아지지 않도록, 우리가 민족과 나라의 역사를 올바로 이끌고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에 투신할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