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0일 화요일 아주 맑음

 

이탈리아에서 아주 친하게 지낸 수녀님들이 귀국길에  휴천재를 찾아오셨다. 빵고의 영적 누이 수녀님도 함께 오셨다. 카나다에 사는 내 친구 이상옥의 동창이니까 내 친구의 친구로서 내 친구가 된 체칠리아씨도 남편과 함께 오고 남편의 대부인 회장님(수녀님들을 후원하는 분 같다.)도 함께 오셨다.

 

일행은 열두 시쯤 함양에 도착해서 오곡밥집 "늘봄"에서 점심을 먹고 오도재를 거쳐 지리산조망대에서 지리산의 풍광을 감상하고서 내려왔다. 시간을 아끼려고 나는 보스코를 의탄마을 주유소까지 차로 실어갔고 일행은 거기서 우리가 가져간 등산화와 겉옷을 차려 입고서 보스코의 안내로 뱀사골로 갔다.

 

나는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오늘 따라 열심히 일을 하지만 속도가 안 붙었다. 일행이 돌아오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밥상이 차려졌다. 그것도 체칠리아씨가 열심히 도와준 덕분이다. 저녁을 기다리던 일행은 저녁기도를 먼저 바쳤다. 헤드빅 수녀님이 주신 고등어가 조림으로 나오자 수녀님들이 각별히 좋아하였다. 저녁밥상은 그야말로 산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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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의 얘기, 그곳 수녀님들의 안부인사로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깊은 감동은 빵고의 영적 누이(원장수녀님은 "기도 어머니"라는 칭호를 썼다.) 수녀님이 빵고의 첫미사를 위해서 성체포 일습을 마련해 온 일인데 , 일년이 넘게 레이스로 뜨게질을 한 작품이었다. 매듭을 만들지 않고 엉키지 않게 실을 다루면서 빵고의 사제생활에서 남과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엉키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단다. 그분의 바람 자체가 감격이었다. 엄마인 나는 과연 얼마나 매듭과 엉킴 없이 살아왔는지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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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과 산행으로 지친 분들이라서 10시 반이 되자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체칠리아씨 부부는 작은 침실에, 두 분 수녀님은 손님 방에, 회장님은 아래층 진호 방에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