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4일 화요일. 맑음


어제 월요일 아침. 전날 컴퓨터 ‘한프로그램이 깨져 쓸 수 없다며 늘상 글을 쓰는 보스코는 애가 탄다. 그 전날 휴천재 전기공사를 하다 심한 스파크로 몇번인가 두꺼비집이 나갔다. 전기공사를 할 때는 컴퓨터를 꺼두는 게 상식이지만 그는 생각 없이 일에 몰두하다 데스크탑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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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심한 천둥 번개만 쳐도 제일 먼저 할 일이 가전제품을 끄는 게 행동수칙 1호다지리산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번개 치고 천둥 친 날이나 이튿날 보면 보일러 고장, TV수신기 고장, 컴퓨터 고장, 냉장고 고장, 집전화기 먹통 등등 피해가 컸다. 그런데 한 30년 살다 보니 이제는 그런 소동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자동으로 움직인다.


풀이 죽어있는 보스코를 보다 못해 그제 일요일임에도 데스크탑을 싣고 읍내에 나갔다실은 데스크탑을 들고 나가며 '컴'사장이 가게에 없으면 옆담에 붙어 있는 안집에라도 두고 오려 했는데 안채 대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부인이 우즈베키스탄 여성인데 유순하고 늘 밝게 웃는 얼굴이다. 예쁜 딸 둘을 낳고 셋째로 아들을 보았는데 든든한 초딩 어린이로 자라고 있다. 월요일 다시 찾아갔더니 차에서 잠시 기다리라며 간단히 한글프로그램을 고쳐서 데스크탑을 차에 실어주었다.


'은빛나래단' 성탄 파티에 쓸 장을 보고 돌아와 어제 종일 음식 준비를 했다. 보스코는 누구든지 불러다 함께 밥 먹기를 좋아하는데, 내 나이(75) 탓인지 나마저 갈수록 행동이 굼떠지고 음식 준비가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식당에 나가서 음식 대접하기는 더 싫으니 그것도 딜레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노상원'이라는 퇴역군인이 점쟁이 놀이를 하면서 이번 국가내란 전체를 설계했음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참수부대를 동원해서 '암살조'를 조직하면서 "호남지역 사람들은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니 퍼뜩 오는 깨달음이 있다. 호남인들은 역사적 체험에서 인간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어떻게 불의에 대항해야 하는지 기본을 배웠기에 자기네들 윤석열 내란군은  그 작전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웠던가 보다


부대(HID)에 뽑히지 않은 걸 호남인들은 자랑으로 여길 게다박정희 전두환 반란군 정권하에서 선거 때만 오면 안기부든 보안대든 호남인 간부들을 대기발령 시켜 놓았다는 얘기도 기억난다. 조선말 동학혁명, 해방되자마자 제주 4.3학살(그때 제주도는 행정상 '전라남도' 제주군이었다), 여순 학살이  "전라도 것들은 씨를 말려야 한다!"는 집단적 증오 속에 군발이들이 호남 땅에서 광란한 범죄였. 6.25때의 군인 경찰들이 저지른 100만명의 양민 학살 대부분도 호남 지역에서 일어났다.  호남땅에서 일어난 비극의 역사에서 그곳 주민들은 반복된 학습의 효과를 보았다. 


저 모든 학살을 당하고 듣고 배우면서 한강 작가는 자기 작품 속에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다는 깊은 믿음을 깔고 있었다. 1980년 5월에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202412월 3일 윤석열과 '국민의 적'의 손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구한 셈이다. 어쩌다 군사반란은 늘 대구를 본거지로 삼아 일어나고 왜 노벨상은 호남인들만 받았을까, 정치로도(김대중), 문화로도(한강)이들이 받은 상은 인류의 양심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공헌한 호남인들에게 주는 상이었다


1224일은 우리 큰 손주 시아의 생일. 하느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신 날이라 시아는 '임마누엘 '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제네바에서 걸려온 아들네의 성탄축하 영상 통화에서 시아가 이젠 '18세 성인'이라기에 "성인으로서 뭘 하고 싶으냐?" 물었더니 "아빠가 이젠 저도 어른이니까 돈 벌어서 집값 보태라네요." 라는 대답. 서른 넘어 마흔이 돼도 찐드기처럼 부모에게 늘러 붙는 캥거루족들을 많이 보아 온 터라 큰손주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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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은빛나래단' 크리스마스와 송년잔치를 한꺼번에 치르는 날. 매해 우리집에서 피자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12시가 되기 좀 전에 미루가 도착하여 이것저것 살갑게 도왔다. 이래서 딸이 좋다. 임신부님 오누이가 도착하고 남해에서 형부네 부부가 도착하여 여덟이 나누는 성탄잔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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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워낸 피자로는 사계절’, ‘고르곤졸라 피자’, 가지, 호박, 양파, 양송이가 들어간 '채소 피자', 루콜라에 팔미쟌 치즈를 뿌리고 방울 토마토를 올린 '루콜라 피자'. 네 판을 구웠는데도 노익장의 식성을 자랑하듯(보스코, 봉재 언니, 남해 형부 셋은 83세 노인 갑장들) 그 양을 다 먹었다. 내년 성탄을 기약하며 헤어지면서 1년은 너무 멀어 분기별로 하자는 말마저 나왔다.


내부 수리가 끝난 휴천재 아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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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장은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출근하여 휴천재 공사를 마무리했다. 마당 잔디밭에 에 패인 트럭 바퀴 자국을 돌가루로 메꿔서 다지고 야자 매트를 그 위에 새로 깔아주었다. 철제 대문 자물쇠를 새로 달고, 배달되어 손길을 기다리던 버티칼 커튼을 다섯 방 창문에 달고 나니 그의 일감이 모두 끝났다내일(크리스마스날!) 와서는 두 달의 수리 공사가 끝난 휴천재 마당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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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지금 대청소를 기다리는 곳은 서울 용산이다. 총리라는 내란공모자가 하는 짓을 보면 보수가 얼마나 한반도의 뿌리 깊은 악이며 민족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징검다리를 어떻게 가로막는지를 국민들이 실감한다. 헌법재판소 판사 하나만 미치광이 시늉을 하며 기권해도 대한민국을 실제 동족상잔의 유혈사태로 치달을 텐데 그것 하나만 믿는 '국민의 적'들과 보수언론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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