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27일 목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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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한다니 어제 마늘을 캤다. ’코끼리마늘이라 살이 무르고 마늘 냄새도 맛도 우리 토종과 다르다. 40개는 뽑고 8개는 꽃이 핀 채로 남겨두었다. 꽃이 지고 거기서 꽃자리에 여문 작은 알갱이를 심으면 지름이 3~4cm되는 통마늘이 나오고, 그 통마늘을 심으면 이듬해에는 애기 주먹만한 보통 마늘이 땅속에서 자라 나온단다. 쪽이 6~8개 되는. 왕마늘 열 개씩 묶어 정자에 걸었다. 꽃은 버리기 아까워 배나무 그늘에 걸어두었다.


보스코는 미처 봉지로 못 싸 나무에 매달려 있는 배를 처리한다. 굵직하여 아까운 배알은 봉지로 마저 싸주고, 나무 꼭대기에 있어 물까치의 먹이가 될 것은 따버린다. 그 배맛을 보고 나면 냄새 잘 맡는 물까지가 봉지에 싼 배까지 입질을 시작하면 배농사는 끝장이다. 동강에 복숭아 농사짓는 인화씨 얘기로는, 물까치 퇴치 방법은 딱 한가지! 새총으로 한 스무마리쯤 사살하고나면 물까치들이 자진해서 근접을 삼간단다. 군대에서 특등사수 했다는 장정을 남편으로 둔 그미는 좋겠다. 보스코에게 새총을 사다 주고 사격연습을 시키는 건 꿈같은 얘기고 그저 물까치님들 관대한 처분에 맡겨지는 게 휴천재 배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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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군청 농업기술센타에서 EM(미생물 비료)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공짜로 나눠 준다. 고초균, 광합성균, 유산균, 세 가지 살아 있는 미생물이 땅을 비옥하게 하고 채소 맛도 좋게 하며 생육도 크게 도움이 된다. 어제 센타에 가서 EM 비료 30kg을 얻어왔는데, 내일 비가 온다니 배나무와 채소, 그리고 잔디밭에 뿌려줄 생각이다.


어제 오후 3시에 함양군 보건소에서 마을 회관에 한방봉사를 온다고 나오라는 방송이 떴다. 4, 50년 허리 휘게 농사를 지어왔으니 온몸이 성한 할매 할배가 사실 한 사람도 없다. 나 역시 수십년 전 다친 무릎, 지난 주 3층 다락에서 짐을 들어내리다 발을 헛디뎌 감각이 없는 왼발꿈치에 침이라도 맞아 볼까 싶어 찾아갔다.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프고, 손가락 망가지고, 속병에 기침에 소하불량에... 어디 하나 성한 데 없는 동네 안사람들, 모두 열심히 살아온 훈장님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거기에 비하면 나같은 어린 나이에(나이 75세에 새댁으로 불리다니) 어디 아프다고 다리를 걷어 올리기도 민망스러웠다. 공소할매가 침을 안 맞기에 왠가 까닭을 물었다. “어디 안 아픈 데 한 군데도 없는데 그걸 어찌 다 얘기하노? 치료받기에도 마 부끄데이하신다. 하기야 나이 90 넘어서도 요즘은 심장이나 폐를 수술해달라고 덤빈다는데 그냥 그대로 살다가 죽을래요.”가 상식있는 대답이다.


나는 식물 특히 꽃은 좋아하지만 동물에 대한 호감은 별로 안간다. 개는 그런대로 우직한 행동이 봐줄 만하지만 우리 어렸을 적 호천이가 겪었던 해코지를 생각하면 별로 호감이 안가는 동물이 고양이다. 그런데 도시도 시골도 사람은 줄어드는데 길냥이들은 한정없이 늘어난다. 시골에서도 집집에 눌어 붙어 밥동냥을 하는 단골 길냥이들이 있고 몇 해 가면 아예 그 집 고양이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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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에도 몇 해 전부터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휴천재를 접수하고 특히 점심 때면 부엌 뒷문 밖에 일찌감치 자릴 잡고 끼니를 기다렸다. 두 해 전에 감동 구석에 새끼 네 마리를 낳아 기르면서 점심에는 넷을 다 거느리고 부엌을 찾아왔다. 그러니 우리 두 내외가 하루 한 끼 먹는 전기 밥솥 밥이 2인분에서 3인분으로 때로는 그 이상으로 불어났다.


요 며칠 그 어미 고양이가 안 보이더니 두 번째로 새끼를 낳았다. 식당채 뒤에서 어린 고양이 셋에게 젖을 물리고서 안주인의 모성애를 자극하며 밥동냥을 구하고 있다. 새로운 얼굴의 새끼 고양이들이 엄마의 빈 젖을 빠는 광경은 가난한 집에 애들만 바글거리는 안쓰러운 정경이다. 라면 하나라도 삶아 남은 밥을 말아 간을 보니 먹을 만하다. “그래도 산 목숨인데 어쩌냐고, 머언 옛날 나도 젖을 물리는 어미였는데 어쩌라고? 어미보다 덩치가 커진 첫배 새끼들에다 새로 품에 안고 들어온 새끼들까지 휴천재 딸린 길냥이네 식구만도 여섯으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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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8시에는 국제적 연결망으로 (Zum)-교회를 하는 젊은이들이 수요예배 대신 영화 두 교황을 감상하고서 2003~2007년도에 바로 교황청에서 세 교황을 지켜본 보스코에게 영화평과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기능에 관하여 한 시간 가량 좌담을 부탁해왔다. 나야 줌-회의를 자주해 왔지만 보스코는 처음하는 -강의라 익숙하지 않아 접속부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이일청 박사의 사회로, 엔서니 홉킨스와 요나탄 프라이스 두 명배우의 기막힌 연기로 엮어진 2인영화를 줄거리로 삼아 젊은 개신교인들의 진지한 질문과 보스코의 더 진지한 답변으로 한시간 가량 흥미로운 대화를 가졌다. 가스텔간돌포 여름 별장, 바티칸 교황궁, 시스티나 경당 등 우리 기억에 너무도 생생한 장소와 장면 들을 회상시키는 영화였다.  두 교황 혹은 요한 바오로 2세를 포함한 세 교황을 평가했던, 인터넷에 떠도는 보스코의 대담 혹은 집필 기사 몇 꼭지를 소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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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염 전() 교황청 주재 대사" [가톨릭신문: 2007.9.16]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0709160174673

* “성염 주교황청대사가 들려주는 세 교황 이야기”[네이버블록: 2020.3.5]

https://m.blog.naver.com/yulexa/221838219641

*  베네딕토 16세는 원칙주의자, 프란치스코는 공감능력자[서울신문:2020.2.25]

https://www.seoul.co.kr/news/life/religion-news/2020/02/25/20200225500191

* “프랜시스 충격” [다산연구소:2016.8.12]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295237


베네딕토 16세에게 이임인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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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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