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31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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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바람이 불고 비도 내려 날씨도 험한데 드물댁이 집에 없다. 마을회관엘 들여다보니 드물댁이 회관에 안 나온지 오래됐단다. 이런 날 건강하려면 걸어야 한다고 하도 채근을 해서 행여 빗속에 나갔나 마을길을 둘러봐도 어디도 안 보인다. 유일한 친구 거문굴댁(그믐골댁)한테 갔나 싶어 그 집으로 갔다그 집 봉당 위에 고맙게도 드물댁 신발이 나란히 놓여 비를 맞고 있다. 처마가 짧아 들이치는 비를 피할 수 없어 집 벽에 기대 세웠다.


"아줌마, 여기 있었구나!" "들어와, 어여 들어와. 적 군 게 있으니 한 조각 드셔."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이 더 슬프다. 입맛이 써서 점심도 못 먹었다기에 거문굴댁이 "뭐 먹고 자파?" 물으니 "파 많이 넣은 파적이 먹고 잡다."고 해서 굽는 중이란다.


그래도 검은굴댁은 작년 무릎 수술을 한 후에 얼굴이 피고 통통 살이 올라 있다. 매일 함께 산보를 함께 하는데 드물댁은 엉덩이도 허벅지도 살이 쏙 빠져버려 너무 불쌍해 밤에 자다가도 친구 생각에 눈물이 주루룩 난다는 거문굴댁. 내가 요즘 드물댁에게 해다 주는 반찬을 보았노라고, 자기가 더 고맙다고 인사한다. 두 여인 다 동네 일진 아짐들에게 좀 따돌림 당하는 처지지만 아랑곳 않고 둘이라도 마음 맞아 의지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드물댁 큰딸에게 내가 어찌나 걱정을 담아 전화를 했든지 토요일에 큰딸이 대구에서 와서 모셔갔다. 43일에 수술 날짜가 잡혔다고 전화하면서 내게 제일 먼저 알리는 소식이란다. 그동안 얼마나 정이 들었던지 그미가 동네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빨리 수술하고 회복해서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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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요일 저녁은 일년 중 유일하게 미사가 없는 날이다. 대신 기나긴 복음서(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와 기도문들이 낭독되고 '십자가 경배'가 있다. 보라색 보자기로 쌌던 십자가를 벗겨 제대 앞에 세우고 신자들이 줄지어 나가 절을 하는데, '저분이 우리의 구세주가 되기까지의 맘고생'을 되삭여 본다


고(苦)의 문제를 두고 사찰 대웅전의 부처님 미소와 성당 십자고상(十字苦像)이 너무도 달라 우리만 예수님 일그러진 시신에서 인생고의 해답을 찾는 까닭을 묵상한다. 저분의 절망과 비참한 죽음을 우리가 딛고서 구원의 길로 들어서다니... 나락에 떨어졌을 때야 인류는 들어 올림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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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에는 보스코가 휴천재 입구 가문비나무를 타고 오르는 능소화 가지를 손질하겠다고 나가더니 전동가위의 손놀림에 재미가 들었는지, 오전 내내 차고옆 축대를 싸고 한없이 불어나던 시누대를 베어낸다. 내 경험으로 누가 어쩌다 집마당에 대나무를 심으면 "이 날로 난 망했다!" 생각하라고 일러주고 싶다


휴천재 아랫터 기욱이네 밭도 대밭으로 변해 가는데 핵폭탄 수준이다. 머쟎아 우리 마당까지 침범할 기세다. 기욱이 엄마더러 "그 집 밭 대나무 좀 베어내요!" 하면 "성님, 우리 기욱이가 하루 날 잡아 밭 손질을 싹 한다구요." 라고 대답하는데 같은 대답을 대여섯 해를 두고 반복해 듣는 중이다. 보스코도 뒤꼍의 시누대를 열심히 잘라내는데 누가 이길지 결과는 뻔하다.


휴천재에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자두도 배꽃도 하루 이틀이면 터지겠다. 어제 오후는 비 온 뒤라 텃밭 작은 고랑 두 곳에 씨앗을 뿌렸다. 상추, 쑥갓, 아욱, 당근, 루콜라, 아스파라가스 골고루 심었다. 비 온 뒤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곧 싹을 올릴 꺼다. 올 여름도 우리네 푸성귀 원 없이 먹겠다. 낼모레는 이랑에 비닐 씌우고 하지감자도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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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함양본당으로 '부활성야' 미사를 갔다. 이 밤중 예절이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여서 성당 가득 사람이 찼다. 기나긴 예전이지만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행복한 모습으로 서로 축하를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미사 후에는 성당에서 차려낸 오뎅과 순대 등 국민 야식으로 모든 교우들이 출출한 배를 채웠다. '주님 부활 특식'이.

 

보스코의 주일복음 단상 :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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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정에서의 부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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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활주일. 산청 임신부님댁 '가림정(嘉林停)'에서 은빛나래단 8명이 모여 축하미사를 올렸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제 만나도 늘 반갑다. 부활 미사와 축하 인사를 나누고 단성에 나가서 함께 점심을 했다


샤브샤브를 먹고 식당을 나오다 내가 앞서가는 보스코를 불렀다, "여보~" 내 억양이 어땠는지 젊은 부부가 따라 나오다 "!"하고 웃더란다. 남해형부가 그 부부더러 "왜 웃어요?" 물으니 "저 어르신 나이가 얼마세요?" 하더라나? "여든넷이라오." 했더니 "그 연세 남자를 저렇게 다정히 부를 수 있나요?" 묻더라나. "저 부부는 아주아주 특별하게 금슬 좋은 부부라오."라고 대답해주었다고 내게 들려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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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은 벚꽃 세상이어서 우리 일행은 벚꽃이 터지기 시작하는 진주 진양호 주변길로 한 바퀴 돌았다. 어제까지 그 무섭던 봄바람은 우리를 기다렸든지 진양호 위에 물결 위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사나흘이면 호수는 온통 만개한 벚꽃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겠다.


우리 막달라 마리아들은 산 위로 올라가 경관을 보자고 했으나 모두들 다리 아프다고 호수가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봄볕 바라기에 사진만 찍고서 헤어졌다. 봉재언니더러 "앞으로 한 십년 봄맞이 하러 더 옵시다요." 하니까 "난 싫어. 1년만 더 살고 죽고 싶어."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남은 날이 적어도' 꽃피는 이 아름다운 봄날 정말 우리에게 얼마나 다정한 만남이고 소중한 하루인가! 남은 세월이 1년밖에 없다면 서로간에, 부부간에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하고 경건한 성삼일(聖三日)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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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 동갑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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