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30일 화요일. 맑음 


월요일 아침 10. 휴천면사무소에서 진군수가 면민과 대화를 한다고 관심 있는 사람은 참석하란다. 지난 1년간의 업적을 선전하는 자리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 생활에 어려운 부분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가능성 1% 미만이라는 걸 알면서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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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오늘 참석한 각 기관장 모두를 거명하는데 장구한세월이 걸렸다. 누가 무슨 감투를 쓰고 있고 누가 참석했는지 본인 이름이 호명된 사람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관심 없을 텐데 말이다. 작년에 무슨 성과를 냈는지 자랑하는 군수 얘기도 피부에 와 닿게 기억나는 일은 없었다.


애로사항이나 요망사항을 발표하고 담당 공무원은 이래서 저래서 안 된다는 대답이 천편일율적인데 주민들의 얘기는 ’에 집중된길을 넓혀라’, ‘상수도를 확보하라는 이장들의 속 끓는 요구 사항에도 ‘1년에 하루오늘만 넘기면 된다!’는 배짱 있는 답변들 같았다황당한 요구들도 나온다. “우리 동네 길에 음지가 있어 그 길에서 사고가 나니... 터널을 뚫어 주시라.” “우리 동네 앞에 멋진 출렁다리를 놓아달라.” “우리더러 휴천강물을 먹으라는데(진주 사천 일대 식수원이 휴천강이다) 비만 오면 방류하는 가축 오폐수로 뿌연 그물을 어찌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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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실 요구사항이 있어서 갔다. 거창한 것이 아니고 동네 고샅길 적어도 자가용 돌아다니는 도로는 코너마다 30~50cm만 넓혀도, 자손들이 보내는 물건 실은 택배차라도 무사히 들어와 할메들 편하게 집에서 물건이나 받겠더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할 차례가 안 왔다.  

 

가로등을 설치하는 군 정책에 우리 마을 역대 이장들은 마을 입구보다 자기 집 마당 입구를 설치장소로 관철시켜온 현황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귀촌한 주민이, '도로를 신설한다면 절반의 토지를 기부체납 할 테니까 도로를 내달라'는 제안을 내놓아도 이장부터 '누구 좋으라고?'라는 반응이었으니까. 전순란-()김말람 콤비로 서울 도봉구청을 휘젖고 다니던 패기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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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에 거창에 볼 일 있어 간 길에 후배 표선생을 만나 점심을 했다. 특별히 갈 곳도 없어 3층으로 새로 지었다는 다이소 구경을 갔다. 시골 사람 대접에 쇼핑이 최고라고 생각한 표선생, 백화점이 아니고 다이소였고, 서민의 소비 상한선을 5000원에 묶었다는 게 마음에 든다. 보스코는 모처럼 혼자서 점심(내가 준비해놓고 온 샌드위치와 과일)을 찾아 먹고서 배밭에 거름포대 뜯어 뿌려 놓았다. 본래 체력이라곤 없는 사람이지만 요즘은 힘이 더 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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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일을 보고 함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농협 쿠폰으로 시장도 봤다. 실컷 살 것을 다 샀는데 3만원 쿠폰이 쓰고도 남는다. 이젠 욕심도 가라앉고 소비 의욕도 점점 사라진다. 어제 만난 연수씨가 내가 뭘 사러 시장에 잠깐 다녀오겠다니까 아직도 사야 할 물건이 있나요?” 묻는다


아하! 내 나이에 살 물건의 목록이 아예 사라질 날이 머쟎을 듯하다. 엄마가 당신 생애 마지막 몇 해 입에 달고 사시던 "이젠 아무것도 필요 없다, 얘"가 곧 내 생활 모토가 되겠다. 사실 엄마는 마지막엔 간간이 신는 슬리퍼 한 컬레, 환자복 한 벌, 속옷 대신 기저귀 차림으로 떠나셨다. 한 여인의 복장이 그렇게 단순해지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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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31일이 보스코 영명축일이어서 오늘 스.선생 부부, 김교수 부부, 소담정 등 가까운 이웃들 일곱이 칠선계곡 오리 고기집에 가서 점심을 나누고 마천에 있는 카페로 옮겨가 다과를 나눴다. 시국관이 모두 같아서 부딪치는 일 없이 긴 시간을 얘기해도 편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허물어져 가는 국가 기강, 경제 사정, 국제 정치에 걱정들이 큰 우국 지사들이다.


나이들도 어느 정도 차이나지만 앞 서거니 뒤 서거니 떠날 채비들 하는 길벗들인지라 이런 만남을 더 애틋해 한다. 카타리나씨는 “우리 중 내가 제일 먼저 죽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웃이 하나둘 떠나는데 남아서 그 아픔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라며 속말을 꺼내기도 하는데, 그 껀 만은 우리 인생들에게 자문을 요청 않으시고 하느님이 알아서 처리하시는 듯하다. "죽음은 끝이자 꽃이더라"(유영모)는 잠언도 있지만, 보스코와 나도 하느님이 (한 날 한 시에) '일타 쌍피'로 처분해주시면 고맙겠다는 욕심이 우리 두 아들의 소원이자 우리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요망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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